[사설] 비핵화 조율 없이 2차회담 발표, '싱가포르 실패' 반복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9.01.21 03:19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전부장을 90분간 면담한 뒤 "김정은 위원장과 2월 말쯤 만나기로 합의했다. (2차 미·북 회담) 장소는 결정했지만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북핵 폐기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 측 조치에 대해 뚜렷한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생산적인 만남이었다"면서도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심증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지 않았고 그래서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의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전 조율이 이처럼 불충분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했고 장소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과의) 만남은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며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계속 터지는 악재를 덮는 전환 카드로 북한과의 협상을 활용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도 북한과의 의제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회담 날짜부터 덜컥 발표했다. 이후 양쪽 실무진들이 협상에 나섰지만 북측은 비핵화 조치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맨손으로 회담에 임했고 김정은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라는 의미도 불분명한 말 한마디 듣고 그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즉흥적으로 발표했다.

반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미·북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협상은 북핵 폐기를 한 걸음이라도 진전시켜야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2차 회담만큼은 북으로부터 핵 폐기에 대한 사전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회담의 날짜와 장소부터 발표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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