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의 5일…의혹 제기에서 탈당까지

입력 2019.01.20 14:20

‘부동산 투기’ 의혹 5일만에 탈당
17일 탈당 첫 결심, 의혹 커지자 강행
당 만류했지만 "허락 않아도 탈당 선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탈당(脫黨)을 선언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차명 거래 의혹이 처음 제기된 날로부터 5일만이다.

손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당적을 내려놓지만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이 곁에서 힘을 주셔야 제가 광야(曠野)에 나가서도 끝까지 승리할 수 있다"면서 탈당 의사를 밝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는 기자회견 직전까지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서 손 의원에게 탈당을 만류했지만, 막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의원은 ‘당이 나를 믿어주고 있으니 내가 당적을 내려놓고 (언론 등과) 붙어보겠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오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라는 손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여 손 의원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최초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SBS 이외의 다른 언론사들도 앞다퉈 손 의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손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제 인생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의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행적을 추적했다.

그래픽=김란희
①15일 ‘목포 투기’ 의혹 최초 보도
지난 15일 SBS는 손 의원이 전남 목포시에 지인과 친척 명의로 건물 9채를 매입했고, 이 지역이 목포 문화재거리로 지정됐다고 보도했다. 손 의원에게 부동산 투기, 공직자 윤리규정 위반 등의 의혹을 처음 제기한 보도다.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 의원은 이 보도가 나간 뒤 즉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하겠습니다. 허위 프레임의 모함"이라는 글을 올리고 16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 "(보도 내용은) 거짓말이다. 제 재산이 더 이상 증식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사 추가 취재를 통해 손 의원 측이 목포시에 매입한 부동산은 최초 9곳에서 10곳, 14곳, 20곳으로 늘었다. 부동산을 매입한 명의자는 손 의원의 조카와 지인, 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운영하던 회사다.

16일 당초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손 의원을 두둔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손 의원이 저에게는 두 채를 샀다고 했다"며 "그런데 (언론 보도처럼)토지 20곳을 샀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8월 전남 목포시 창성장을 홍보하는 목포M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창성장은 손 의원의 조카 등 3명이 공동으로 매입한 뒤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됐다./ 유튜브 캡처
②17일 민주당 "투기 아니라는 손혜원 믿는다"
17일부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손 의원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 진상 조사를 실시한 뒤, 손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17일 오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목포 부동산 매입에 투기 목적이 없었다는 손 의원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손 의원은 목포시 근대 문화재 보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목포 구도심의 역사 재생을 위해 관련 건물을 매입했다고 해명했다"며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투기 목적이 없었다는 손 의원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최고위에서는 도시재생과 문화재 보호에 대한 각별한 관심에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손 의원의 해명을 믿기로 했고, 그 이후에 제기되는 문제는 추후에 판단하기로 했다"며 "정확히는 '판단 유보'에 가깝지만, 손 의원은 당의 결정에 대단히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최고위 결정이 내려진 직후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저를 믿으니 감사하다"며 "끝까지 결백을 밝히기 위해 쫄지 않고 해 보겠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16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변 사람들이 구입한 건물이 밀집해 있는 목포시 대의동 일대 문화재 거리. 사진은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김영근 기자
18일 채용 압력 등 부동산 외에 추가 의혹
1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인의 딸을 채용하라며 1시간동안 고성을 내며 압력을 줬고, 박물관에 나전칠기 구입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또 장인이 제작한 나전칠기 판권을 손 의원이 갖고 있고, 장인은 계약서도 없이 주는 대로 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 것은 이맘때로 추정된다. 20일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손 의원은 "SBS의 기사가 확전(擴戰)될 때 탈당 결심을 했다. 그 때 이해찬 당 대표에게 ‘제가 나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기 의혹' 해명과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는 동안 홍영표 원내대표가 팔장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④19일 민주당 지도부 탈당 만류...20일 탈당 선언
민주당 지도부는 탈당 의사를 굳힌 손 의원을 만류했다. 당내 기류도 우호적이었다. 지난 17일 열린 최고위에 참석한 당 지도부 인사 중 손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이는 최고위원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의원에게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최고위원은 1명 뿐이었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에선 손 의원이 당적(黨籍)을 내려놓겠다는 데 대해 만류를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의원이 당적을 내려놓고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혀 오늘 기자회견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날 손 의원도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며칠에 걸쳐 간곡하게 만류했다. 그래서 며칠 더 지켜보고 (탈당을) 결정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온 국민을 이렇게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전날(19일)에도 이해찬 대표와 손 의원이 서울 모처에서 만났고, 이 대표가 탈당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의원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전날 오후 2시쯤, 민주당은 출입기자들에게 홍 원내대표와 손 의원이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손 의원은 ‘당이 나를 믿어주고 있으니 내가 당적을 내려놓고 (언론 등과) 붙어보겠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탈당을) 허락하지 않으면 저 혼자 나가서 그냥 (탈당) 선언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말씀 드려서 이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은 홍 원내대표와 손 의원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하게 됐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회 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시도지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자리를 비우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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