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은 누구인가] ‘브랜딩 귀재’에서 ‘부동산 투기 전문가’로?

입력 2019.01.19 10:00

‘처음처럼’ ‘참이슬’ ‘트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 작명
당명 ‘더불어민주당’ 애초 4위였지만 손 의원이 밀어붙여 낙점
전통문화·공예 오래 관심 가져온 ‘전통문화지킴이’ ‘공예계 잔다르크’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조선일보DB
‘광고계 미다스의 손’ ‘브랜딩의 귀재’

손혜원(64)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대한민국 최초의 디자이너 출신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이렇게 불렸다. 그녀는 자타가 인정하는 브랜딩 전문가이다. ‘처음처럼’ ‘참이슬’ ‘정관장’ ‘힐스테이트’ ‘쿠첸’ ‘엔제리너스 커피’ ‘후시딘’ ‘딤채’ ‘트롬’ ‘종가집 김치’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브랜드 수십 개가 손 의원 머리에서 나왔다.

손 의원은 서울 명동에서 4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숙명여중·고를 졸업하고 홍익대 응용미술학과(현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1977년 대학 졸업과 함께 현대양행 기획실에 취직했다가 디자인포커스를 거쳐 1986년 디자인회사 크로스포인트를 공동 창업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로고와 포스터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 크로스포인트를 완전 인수하면서 시각 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전환했다.

손 의원은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기업이나 제품의 얼굴과 이름에 해당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나 오너와 자주 만나야 하고 그 과정에서 친분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구축한 고급 인맥이 광고·브랜딩업계는물론 문화계에서 손 의원의 영향력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 덕분에 빛 본 ’더불어민주당’ 당명

손혜원 의원이 2015년 12월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새 당명을 소개하고 있다./조선일보DB
손 의원의 솜씨를 눈여겨본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를 2015년 7월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입당해서도 손 의원은 브랜드 전문가 실력을 발휘했다. 그해 12월 당명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손 의원의 작품이었다. 손 의원은 홍보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부르기 어렵고 기억하기는 더 어렵다"며 당명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모를 열어 6개 안을 받았다. 그중 더불어민주당은 네 번째였으나 손 의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당명으로 최종 결정됐다. 초기엔 당내 분열 상황과 맞물리며 ‘더불어터진당’ ‘안더불어민주당’ 등으로 혹평과 조롱에 시달렸지만, 홍보 현수막에 ‘평화와 더불어민주당’ ‘국민과 더불어민주당’ 등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 가능한 등 장점이 드러나면서 호평 받았다.

손 의원은 2016년 3월 20대 총선에서 정청래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을에 전략 공천됐고,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당선 전 ‘전통문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2009년 손혜원 의원이 나전 명품 전시회를 열었을 때 모습./조선일보DB
손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특이한 재산 내역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2016년 8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손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재산으로 총 46억2852만원을 신고했는데, 이중 골동품이 28억 1800만원어치에 달했다.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골동품이 차지한 것이다. 그가 ‘전통문화지킴이’ ‘공예계 잔다르크’로 알려진 계기다.

손 의원이 보유한 골동품은 도자기 7점과 가구 3점, 칠기 120여 점 등으로 조사됐다. 이중 17세기 만들어진 목제가구 ‘쌍용무늬 관복함’과 19세기 칠기 ‘십장생무늬 오충동’, 1939년 제작된 칠기 ‘금강산도 대궐반 등 3점은 각각 1억5000만원으로 신고됐다. 손 의원을 오래 알아온 문화계 인사는 "손 의원이 골동품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다"고 했다.

재산목록에서 알 수 있듯 손 의원은 골동품 중 나전칠기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2006년부터 통영시 BI(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다가 나전칠기에 매료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작업을 그만둔 나전칠기 장인을 설득해 20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게 하기도 했다. 알루미늄 탁자에 자개를 붙이는 등 현대적 디자인의 가구와 나전칠기의 접목도 시도했다. 2014년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서울 이태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설립하고 자신이 70억원을 들여 수집했다는 나전칠기 작품들을 전시·소장해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전칠기가 반도체보다 더 큰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은 정치 입문 전부터 전통문화 자료 수집과 연구, 공예작가 발굴과 육성, 해외 홍보까지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유명했다. 국회의원 당선 전이던 2013~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전통공예 전시를 기획하면서 그 주제를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인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잡았다. 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 관람객과 언론으로부터) ‘전통이라지만 모던 중 초(超) 모던이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자부했다.

손 의원은 당선 이후 "전통문화를 대한민국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겠다"며 "전남 목포와 순천, 경북 상주, 전북 전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 등에서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살리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그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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