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자동차보험증, 프로필 사진….'

카카오T 카풀 크루(드라이버)용 앱을 깔고 요청 서류들을 찾아 등록하는 데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여기에 차량 앞모습 사진, 본인 확인용 지문과 비밀번호도 등록해야 한다. 다른 사람 휴대폰에 깔린 앱을 이용해 카풀 운전사를 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본인 확인 절차가 까다로웠다. 모든 정보를 입력하자 1시간 40분 후 '승인 완료'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제 드라이버 시작. 오전 11시. 출발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사중학교, 목적지는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을 입력하고 '카풀 요청 받기'를 눌렀다. 보통 때면 올림픽대로를 타겠지만, 카풀 체험을 위해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을 지나가는 '압구정로'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카풀 요청은 감감무소식. '현재 위치 확인하기' 버튼을 계속 눌러 동행자를 찾았지만 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주행노선 외의 요청도 받을 수 있는 '요청 목록'을 눌렀다. 2개가 떴다. 하나는 역삼역 출발, 하나는 성수역 출발이었다. 역삼역 출발을 누르려고 하니 이미 완료된 요청이라고 떴다. 다른 사람이 먼저 받은 것이다. 성수역을 누르려고 보니 출발지까지 거리 6.81㎞. 내가 가는 삼성동까지 거리가 5.53㎞인데 이 요청을 받을 순 없다. 그러는 동안 목적지 도착. 결국 30분 동안 요청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이 시간대를 선택한 건 차가 막히지 않으면서 낯선 사람을 태워도 덜 위험한 시간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버스·지하철 모두 타기 편한 시간대에 굳이 카풀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퇴근 시간인 오후 7시.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 호텔 출발 10분 만에 휘문고에서 요청이 떴다. OK 확인을 하자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작동했고, "정문 앞에 있겠습니다"라는 상대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거리는 가까웠지만, 방향은 반대라 학교까지 가는 데 15분 정도 걸렸다. 요청자는 드라이버의 성별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지만, 드라이버는 요청 상대방의 성별과 얼굴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긴, 확인이 되면 얼굴과 성별 보고 요청자를 선택하는 '신(新)야타족'이 등장할 것 같다.

정문 앞에 도착하니 번호판을 보고 한 사람이 뛰어온다. 젊은 여성이었다. 뒷좌석에 태우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초동.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보통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퇴근하는 길에 보니 지갑을 회사에 두고 왔더란다. 지갑을 가지러 회사로 돌아가려다 카풀 등록해 놓은 게 생각나 신청했다고 했다. 카풀은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이번이 두 번째 이용, 첫 번째 드라이버는 제네시스를 모는 남자였다고 했다. 조용히 가기 무안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했는데, 내릴 때 명함을 주더란다. 그 순간 좀 무서워졌다는 것. 목적지 도착. 카풀비는 3000원. 태우기 위해 15분을 달려가고 내 목적지에서 다른 방향으로 간 걸 생각하면 사실 기름 값이 더 나오지 싶었다.

그러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또 하나의 요청이 잡혔다. 요청 중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니 앱이 자동으로 요청을 찾고 있었던 것. 이번엔 5분 거리에 있는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목적지가 관악구. 카풀비는 9000원이었지만 내 목적지와는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일단 요청을 받고 남부터미널 앞 도착. 이번에는 젊은 남성이었다.

이번에도 뒷좌석에 태우고 출발. 대만 유학생 출신으로 종종 카풀 앱을 이용한다고 했다. 집이 산 위에 있는 아파트라 버스나 지하철로는 불편하다고 했다. '저녁은 먹었느냐, 미세 먼지 때문에 오늘 너무 힘들다' 등의 대화가 오가고 목적지에 도착. 여성 드라이버는 처음 봤다며 이상한 사람은 없겠지만, 블랙박스는 켜놓고 호신 도구 하나쯤은 준비하고 운행하라고 충고한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번 돈은 1만2000원이다. 여기서 카카오에 주는 수수료 20%를 떼면 9600원이 입금된다. 1만원이 넘어야 현금화가 가능하니 손에 쥔 것도 아니다. 카카오 카풀은 두 번 이상 요청을 받을 수 없다. '1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자고 2시간 운전을?' 이날 상황만으로는 최저임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