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사물극장] [81] 작가 피츠제럴드의 '낡은 스웨터'

조선일보
  •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입력 2019.01.17 03:09

    제1차 세계대전 뒤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 호황으로 미국 경제는 황금기를 맞는다. 금주령에도 밀주(密酒)와 비밀 주점이 번성하고, 욕조에 샴페인을 채워 퍼마시는 파티도 화제였다. 미국은 장밋빛 미래에 취해 낭비적 소비로 흥청대고, 재즈와 댄스와 파티에 빠져 있었다.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의 주가 폭락은 재앙의 음울한 전주곡이었다. 대공황으로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숱한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쏟아졌다.

    [장석주의 사물극장] [81] 작가 피츠제럴드의 '낡은 스웨터'
    작가 피츠제럴드(1896~1940)도 흥청대는 '재즈 시대'를 거쳤다. 프린스턴 대학을 나와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를 하며 소설을 썼지만 번번이 출판을 거절당했다. 글쓰기를 작파하고 차량 정비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어느 날, 우편배달부가 벨을 눌렀다. 장편 '낙원의 이쪽' 원고가 출판사에 팔렸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작은 빚들을 청산하고 양복 한 벌을 샀으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우쭐함과 기대감을 안고 매일 아침 눈을 뜨게 되었다."

    단편 원고료는 30달러에서 1000달러로 껑충 뛰었다. 1925년 장편 '위대한 개츠비'가 나오자 찬사가 쏟아졌다.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결혼을 하고 인세 수입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대공황으로 거품 경제가 꺼졌듯이 피츠제럴드도 성공의 정점에서 내리막을 탔다. 쪼그라든 수입은 과잉 소비와 사치를 감당하지 못하고 통장 잔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는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할리우드 시나리오와 숱한 단편을 써내며 겨우 연명했다. 여러 군데 꿰맨 낡은 스웨터를 입고 소설을 썼다. 한겨울 난방이 꺼진 방에서 이 스웨터를 입은 채 단편 65편을 써냈다. 여벌이 없어 스웨터를 빨아 입지도 못했다.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를 대표하던 작가는 뒤늦게 제 인생에 금이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소설을 쓰던 중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는다. 44세. 너무 이른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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