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15일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신한울 3·4호기 원전(原電) 공사 재개와 관련한 별도의 공론화 절차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날 청와대가 "원전은 공론화 논의 때 정리가 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재반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본격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충심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원고지 22장 분량 글을 올렸다. 송 의원은 원전이 기후변화와 미세 먼지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증가 비율만큼 먼저 줄여야 할 것은 이산화탄소나 미세 먼지 배출과 상관없는 원자력이 아니라 석탄 화력발전소"라며 "핵심은 미세 먼지 주범인 화력발전소의 조기 퇴출이며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원자력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신한울 3·4호기로 화력발전을 대체하면 원자력 기술 인력과 생태계도 무너지지 않고 원전 수출 산업 능력도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산지가 70%인 국토에서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재생에너지 기술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장기간 시간이 필요하고 중장기 에너지 믹스(mix)·균형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송 의원은 '신한울 원전 문제는 2017년 공론화위원회에서 이미 결론 난 사안'이라는 청와대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국무총리 훈령을 살펴보면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한정·집중된 위원회였지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공식 의제로 되는 조항은 없다"며 "신고리 5·6호기 이외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액수에 논란이 있지만 7000억원이 되는 (공사 중단) 매몰 비용 문제도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원전과 미세 먼지는 관련이 없다는 기사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그 기사를 참고해달라"고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송 의원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요 선진국이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지지하는 이유는 원전이 치명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석탄발전소 대안으로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정치권이 달아오르니 보수 야당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에너지전환 정책 철회를 주장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다른 친문계 의원도 "송 의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는 알겠지만 야당에 공격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했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배신자 송영길" "원래 송영길은 반문(反文·반문재인)이었는데 본색이 드러났다" 등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송 의원 측은 "의원 사무실로는 칭찬하고 격려하는 전화도 많이 왔다"고 했다.
야당들은 탈원전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만시지탄(晩時之嘆)이지만 이제 여당 의원조차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원전은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 공급원 중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다"며 "미세 먼지에서 국민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