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쏘기 게임'으로 '종교적 병역거부' 판별.. 교리에서 힌트?

입력 2019.01.15 10:33 | 수정 2019.01.15 10:55



정부의 대체복무제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감옥에 갇힌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총쏘기 게임’을 즐기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인간 내면의 양심을 객관적으로 직접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집총 거부’라는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내놓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이를 놓고 법조계와 게임업계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온라인에서 총쏘는 게임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냐"는 반론과 "집총을 거부한다면서도 가상현실에서는 총을 이용해 살상을 하는 건 결국 교리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찬성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일선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냈다. 이는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린 판단 요소 10가지를 기준으로 했다. 종교의 구체적 교리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등이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의 판단 기준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총쏘기 게임'인 FPS(First Person Shooter)를 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병역거부자의 사회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FPS 게임은 통상 게임자가 무기를 들었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게임이다. 총기와 흉기, 폭탄 등을 이용해 상대방과 전투를 벌인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게임이라도 '집총 반대'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의 교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고육지책’을 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형사법정에서 피고인의 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직접 증거는 물론 다양한 정황 증거를 수집해 법정에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병역거부자들이 총쏘기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은 피의자의 '내면'을 두루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사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다소 모호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텍’ 장면 캡처
반면 검찰이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검찰이 이런 개인 정보를 파악해 형사법정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실제로 총검술을 거부하는 것과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특정 게임의 폭력성 정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종교적·비종교적 구분을 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검찰의 판단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진짜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면 폭력성이 가미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 신도들이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에는 '폭력, 부도덕, 마법 등 하느님이 미워하시는 것들을 조장하는 게임은 피해야 합니다', '성경에서는 여호와께서 폭력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만이 아니라 폭력을 사랑하는 자도 누구든 미워하신다고 말합니다' 등의 내용이 게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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