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미국 화가 윌리엄 월리스 워더스푼(William Wallace Wotherspoon·1821~1888)이 상상한 미래의 도시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허공에 떠있는 가느다란 철로를 따라 기관차가 질주한다. 땅 위에서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제각기 갈 길을 재촉하는 마차들이 뒤섞여 교통 체증이 심각하니, 철로를 공중에 올렸다. 이처럼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화가였지만, 그도 자동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교통수단은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석탄 대신 가솔린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특허를 받은 게 1885년,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출시하며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시작한 게 1908년이다. 도시에서 마차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많은 말들이 쉴 새 없이 쏟아내던 어마어마한 양의 분뇨도 함께 사라졌다. 워더스푼은 '허드슨강(江) 화파'라는 풍경화가 그룹의 일원이었다. 주로 광활한 대자연을 드넓은 화폭에 담아 낭만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던 그는 공책보다 작은 비좁은 화면에 붐비는 미래 도시를 그려 넣었다.
때는 '도금 시대' 직전.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뒤, 미국에서는 철도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고 서부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호황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도금'이 의미하듯, 당시의 호황은 각종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 격차를 돈으로 얄팍하게 치장한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다.
시뻘건 화염을 물고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위태롭게 질주하는 기관차와 무질서하게 서로의 길을 막는 이들의 혼란상이야말로 화가가 예측한 미래가 아니었을까. 과연 기술의 발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