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역 칼부림' 가해자-피해자, '좀도둑' 공범 사이

입력 2019.01.14 15:17 | 수정 2019.01.15 17:45

고교를 자퇴하고 특별한 직업이 없던 한모(19)씨는 13일 저녁 서울 지하철8호선 암사역 인근 대로변에서 박모(18)씨와 싸우다 커터칼로 찔러 상해를 입혔다. 행인이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바람에 ‘암사역 칼부림’ 사건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한씨가 경찰 앞에서도 칼을 들고 담배를 유유히 피우는 모습을 보면 흡사 조폭 행동대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씨는 돈 5만원 훔친 일로 박씨와 다툼을 벌인 ‘좀도둑’에 불과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부근에서 한씨가 좀도둑 공범 박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부근에서 한씨가 좀도둑 공범 박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오전 4시 31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를 자퇴한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이 지내던 한모(19)씨는 함께 어울려 다니던 박모(18)씨 등과 서울 강동구 암사동 H마트를 털기로 결심했다. 영업이 끝난 마트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현금출납기에 손을 대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H마트 현금출납기에는 돈이 한푼도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동구 천호동 주차장의 요금계산소를 재차 노렸다. 새벽 시간대 주차장에는 사람이 없었고, 한씨 일당은 현금출납기의 동전을 털었다. 좀도둑 일당이 훔친 액수는 도합 5만원이었다.

좀도둑 공범(共犯)들은 이달 초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서로를 처음 알게 됐다. 방송 채팅방을 통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다. 한씨는 이미 자퇴한 상태였고, 박씨도 학교생활에 별다른 애착이 없었다. 친구들은 "자퇴하기 전에도 밥 먹듯이 가출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로 한씨를 기억했다.

이후 자주 어울리던 두 사람은 ‘훔치자’는 충동적인 생각으로 좀도둑질을 계획했다. 하지만 우정은 바로 그날 깨졌다. 두 건의 절도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서면서부터다.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먼저 신원이 드러난 것은 박씨였다.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좀도둑질을 혼자 뒤집어쓰지 않고, ‘공범’이 있다고 실토했다. 한씨는 이것을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절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풀려난 두 사람은 암사역 부근에서 "왜 경찰에 불었느냐"는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한씨는 처음에는 멍키스패너를 휘두르며 덤볐지만 체구가 훨씬 큰 박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에 15cm 길이 문구용 커터칼을 빼 들었다. 절도 범행 도구로 평소 가지고 다니던 것이다.

14일 찾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한 주차장 요금소. ‘암사역 칼부림’ 피의자 한씨는 전날 공범인 박씨와 함께 이 금고에서 4만원을 훔쳤다. /최지희 기자
14일 찾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한 주차장 요금소. ‘암사역 칼부림’ 피의자 한씨는 전날 공범인 박씨와 함께 이 금고에서 4만원을 훔쳤다. /최지희 기자
지난 13일 저녁 유튜브에 ‘암사역 칼부림’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은 바로 이 장면부터 시작한다. 시종 밀리던 한군이 흉기로 박군의 허벅지 부근에 상처를 입혔다. 한군은 이내 최초 출동한 경찰 2명과 대치했다. 경찰이 테이저건을 쐈지만 명중하지 못했다. 테이저건은 전극침 2개가 몸에 꽂혀야 전류가 흘러서 작동하는데, 한씨가 순간적으로 비틀면서 전극침 하나가 빠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기세가 오른 한씨는 담배를 빼 물었고, 경찰들은 일순 움찔거렸다. 삼단봉을 펼쳤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끝내 휘두르지는 못했다. 경찰이 속속 현장에 도착해 10명으로 늘어나자 한씨가 달아났다. 그는 100여m 도주한 끝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 측은 "칼부림 당사자들이 모두 미성년자이고 시민들이 목격하는 상황에서 권총을 들이밀 상황은 아니었다"며 "출동한 경찰들이 검거에 성공하는 등 대응을 잘한 편인데, 동영상 일부만 보고 부실제압 논란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동서는 보복 상해·특수 절도 혐의로 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전날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한 박씨도 불러 사건 경위를 캐묻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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