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방첩 당국이 중국 화웨이 유럽 지사의 중국인 간부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서구의 '화웨이 경계론'에 기름을 붓는 이번 사건으로 화웨이는 더 한층 고립무원의 처지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체포된 사람은 화웨이의 중·북부 유럽 판매 책임자인 왕웨이징과 현지 통신사 오렌지 폴스카에서 근무 중인 전직 정보기관 간부 출신 폴란드인이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체포됐으며 방첩 당국은 이들의 자택 및 화웨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왕웨이징은 주폴란드 그단스크 중국 영사관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현지 언론들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12일 긴급 성명을 내고 "왕웨이징과의 고용관계를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번 사건이 회사의 국제적 평판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해고를 결정했다"며 "체포된 직원에게 제기된 혐의는 화웨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화웨이는 해외 사업을 할 때 현지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멍완저우 부회장이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달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데 이어, 유럽 지사 간부까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는 심대한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됐다.
특히 화웨이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보안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 및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부문에서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금지하고, 동맹국들에도 동참을 요구해왔다.
호주·뉴질랜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이 대열에 동참했고 프랑스·영국·독일의 주요 통신 사업자들도 5G 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 요아힘 브루진스키 내무장관은 12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안전보장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는 중국 화웨이 기술의 통신 장비에 관한 공동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