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선고 앞둔 안희정, 종교에 귀의? 그가 찬 팔찌의 정체는?

입력 2019.01.12 13:53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안 전 지사 왼팔 손목에 있던 염주./연합뉴스
9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층 312호 중법정 앞. 검정색 코트에 자주색 목도리를 두른 안희정(55) 전 충남지사가 법정 문을 열려고 몇 차례 손잡이를 돌렸다 놨다 하고 있었다.

수행비서 김지은(34)씨 성폭행·성추행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한 그가 30분 휴정시간 동안 잠시 밖에 나갔다가 너무 일찍 와서 법정 문이 잠겨 있었던 것이다. "휴정 중에는 문을 잠가둔다"고 하니 "아, 그런가요" 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의 왼쪽 손목에 빨간 구슬의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무교라고 들었는데 혹시 종교에 귀의하셨느냐" 물었더니 잠깐 멈칫하다가 "아니…"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팔에 묵주 같은 걸 차고 계시길래…" 했더니 입을 꾹 다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안 전 지사가 차고 있던 팔찌는 뭘까. 안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측근에게 물으니 "아는 스님이 준 염주"라고 했다.

염주는 불교에서 번뇌와 고민을 끊기 위해 기도하는 도구다. 목환자(木環子·나무 구슬) 108개를 꿰어서 목걸이처럼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손목에 찰 수 있도록 짧게 만든 것을 단주(短珠)라 부른다.

한 불교용품 판매점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염주 사진을 보고 "호박나무 등 나무재질로 만든 염주가 보편적인데 안 전 지사의 염주는 돌을 깎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중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소재도 보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라고 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 김지은씨를 수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여성계를 중심으로 "판결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법조계에서도 1심 판단이 지나치게 안 전 지사의 주장에 기울었다는 말이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심에서 1심 판단이 뒤집히면, 그만큼 대법원이 안 전 지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는데, 안 전 지사 입장에선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안 전 지사뿐 아닌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종교에 기대고 싶은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처럼 유명인이 중요한 순간에 목걸이나 반지 등을 만지며 기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김정남이 2007년 2월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AP연합
지난 2017년 2월 암살당한 고(故) 김정남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도 그가 오른쪽 팔목에 구슬 여러 개를 실로 꿴 물건을 착용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종교계에선 천주교 묵주보다는 불교 염주에 가깝다고 봤다. 김정남이 염주를 차고 있는 모습은 이전에도 수 차례 포착됐다. 김정남이 불교 신자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 없다.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불자(佛子)라는 정체성 없이도 건강과 행운 등을 기원하는 뜻에서 비(非) 신자들도 염주를 많이 착용한다"며 "명절이나 수능시험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절에서 연등을 달거나 향을 피워 복을 비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2014년 2월 김연아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뒤 기도하고 있다./연합뉴스
‘피겨의 여왕’ 김연아도 선수 시절 경기를 무사히 끝낸 뒤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럴 때마다 오른손 검지에 있던 반지가 주목받았다. 네티즌 사이에선 "커플링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김연아는 한 방송에서 이 반지에 대해 "커플링이 아니라 묵주반지"라고 했다. 지난 2014년 2월 벤쿠버 올림픽 때는 묵주 반지를 두고 와서 현지에서 묵주 반지를 새로 구해 경기에 참여했던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묵주는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를 할 때 쓰는 목걸이와 팔찌, 반지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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