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농법부터 퀀텀까지… 이들이 '이스라엘 생존의 기술' 만든다

입력 2019.01.12 03:07

[질주하는 세계 - 대학] 이스라엘의 힘 '테크니온' 공대

"웨엥~."

지난 7일 오전 3시 20분쯤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테크니온 공대 인근 호텔방. 켜 놓은 TV에서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중부 해안도시 아쉬켈론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는 비상경보였다. 몇 분 뒤 이스라엘군은 "로켓 피해는 없었다"면서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의 단거리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Iron Dome)'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 2발이 밤하늘에 노란 선을 그리며 하마스 로켓 2발을 각각 격추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오전 9시 테크니온 캠퍼스에 가서 학생들을 만났다. 로켓 격추 이야기를 했더니 이들은 "아이언돔 개발자가 전자공학과 98학번 선배"라면서 "정찰 위성·드론 등 이스라엘 우주항공 군사 무기 대부분은 테크니온 졸업생의 손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테크니온은 1954년 항공 단과대를 신설하며 항공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건국한 지 6년밖에 안 된 작고 가난한 나라의 한 대학이 좀처럼 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1948, 1956년 제1, 2차 중동 전쟁을 겪으며 위기에 처하자 공군 전투력 향상을 위해 테크니온이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아랍 연합군과의 병력 차이가 25대1로 절대적 열세인 이스라엘은 공중권을 장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테크니온은 1960년대 항공대를 우주항공대로 확대 개편하고, 인공위성·우주탐사·미사일 등 연구 분야를 넓혔다.

테크니온이 주도한 군의 첨단화는 이스라엘군의 성격을 바꿨다. 통신·컴퓨터 전문기술을 군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군 생활을 하고 제대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군에서 쌓은 기술과 인맥은 훗날 창업 밑천이 된다. 대입(大入) 경쟁하듯이 '첨단 부대'를 목표로 입대(入隊) 경쟁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이버·통신 전문인 '8200부대'에 가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과외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사막을 옥토로 만들어 이스라엘 농업혁명을 이끈 것도 테크니온이다. 이스라엘은 국토 절반 이상이 사막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돌산이다. 물도 부족하다. 그러던 1965년 공동체 마을 '키부츠'의 한 기술자가 '드립 이리게이션(drip irrigation·점적 관수)'이란 걸 발명했다. 물 호스에 작은 구멍을 뚫어 식물 뿌리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적은 물로도 농작을 가능케 했다. 테크니온은 1973년 이 기술을 개량해 나라 전역에 보급했다. 사막에서 노란 망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스라엘의 식량 안보 문제가 해소됐다.

나스닥 상장 회사 수 그래프

테크니온은 1969년 공대로선 이례적으로 의대를 신설했다. 의학·공학 융합 기술의 잠재력을 내다본 과감한 결정이었다. 의학은 생활 건강과 밀접한 분야였고, 이를 전자·기계·컴퓨터 공학과 접목하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기계공학 박사, 의학박사가 혼자 연구해선 나오지 못할 개발이 쏟아져나왔다. 알약 모양의 내시경, 척추환자를 위한 보조 로봇, 마비 환자를 서거나 걷게 해주는 로봇 등이 개발됐다. 현재 나스닥 상장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70%가 의료기기·의약품 업체인 이유다.

테크니온이 선택한 새로운 꿈은 퀀텀 컴퓨터·통신 기술이다. 보아즈 골라니 테크니온 부총장은 "40여 년 전 의학 연구처럼 지금의 퀀텀 기술 연구도 미래의 이스라엘을 부강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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