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나 늦게낸 국방계획, 북한 WMD 막을 '3축' 빠졌다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1.12 03:00

    국방부 "5년간 270조 투입"… '킬 체인' '대량응징' 용어 폐기
    軍안팎 "北 자극안하려 표현 바꿔, 새로운 내용도 거의 없다"

    국방 계획에서 바뀐 3축 체계

    국방부는 11일 국방중기계획(2019~ 2023년)을 발표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공식 방어 체계인 '한국형 3축 체계' 용어를 공식 폐기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대응 국가를 특정하기보다는 주변국 등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북한이라는 말을 뺀 것"이라고 했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용어를 변경하고는 엉뚱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중기계획에선 3축 체계 용어와 함께 하위 개념 용어도 바꿨다. '킬 체인'은 '전략표적 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KMPR)'은 '압도적 대응'으로 각각 변경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 개혁 2.0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북한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에만 대응하는 3축 체계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위협 대상이 주변국일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말을 뺐다"고 했다.

    용어 변경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되니 용어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좀 더 넓고 길게 보는 개념으로 바꿨다. 오해가 있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정찰 자산도 없이 용어만 바꾼 것 아니냐" "주변국이라는 건 북한을 포함해 중국, 미국까지 포함한다는 얘기냐"는 질문도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군사력이라는 건 그 개념도 중요하다"며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인데, 우리 군이 안보 문제에서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3축 체계 용어 폐기가 북·핵 미사일 대응 미흡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예산이 32조원 반영됐다"며 "2018~2022년 중기계획 대비 30% 정도 증액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사업' 관련 예산을 늘려 잡았고 신규 사업도 반영됐다"고 했다. 계속 사업은 다년간 진행되는 기존 사업으로 군 정찰위성, 중·고고도정찰용무인기,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사업 등을 말한다.

    신규 사업으로는 전구합동화력운용체계, 탄도탄작전통제소,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 지상작전사령부 드론봇 등 10여 개가 추가됐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국방비를 총 270조원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국방부의 중기계획이 1년가량 늦어진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중기계획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내용도 없다"며 "작년에 국방부가 남북 대화에 눈치를 보다가 국방개혁 2.0 개념 도입이 늦어졌고 중기계획도 안 나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의 모체가 되는 계획서가 작년에 발간도 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중기계획은 향후 5년간의 군사력 운영 방향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보고서로 통상 매년 4~5월 발표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 때는 중기계획을 제때 실시 못 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국방 개혁 2.0이 완성되고 개념이 정립된 뒤 작업하느라 최초 중기계획이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2020~2024년 중기계획은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중기계획을 한 해 상반기에만 두 번 발표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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