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방장관 "文대통령 회견 유감"… 5대 일간지도 일제히 비판 사설

입력 2019.01.12 03:00

강제징용판결·레이더 갈등, 일본내 反韓여론 전방위 확산
日자민당선 한국인 비자면제 폐지론도

11일 도쿄의 연회장 핫포엔(八芳園)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단 신년회장. 연단엔 태극기와 민단기,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여건이(呂健二) 민단 단장을 비롯, 재일 한국인 사회의 주요 인사들과 일본 정·재계 고위급 800여명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눴지만 최근 악화한 한·일 관계로 긴장감을 풀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본의 5대 중앙 일간지인 아사히·요미우리·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산케이신문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첫 번째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피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겸허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한 것에 일제히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측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한국 측"이라고 했다.

이날 일본 민단 신년회에 참석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10여명에겐 재일 교포 인사들이 다가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우려를 전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단에 오른 일·한 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 (額賀福志郞·자민당) 회장은 "일·한 간의 문제는 1965년 기본 합의에 의해 해결됐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인정됐다"며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일·한 간에 국제적인 조약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등장한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삼권분립 된 나라에서 사법부 판결도 존중해야 하고, 한·일 관계도 발전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대한민국은 빠져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 회장은 "일본 정부, 국회, 일·한연맹도 고민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일본 측을 겨냥했다. 한·일 여당 소속의 중진 의원이 신년 모임에서 마치 대리전을 벌이듯 상대국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일본 입헌민주당의 한국계 백진훈 의원은 "한·일 관계가 어려워지면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여기 참석한 여러분"이라며 "서로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참석자는 신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비판하는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서 '재일 한국인들은 올 한 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지난해 연말 발생한 한·일 레이더 마찰과 관련,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레이더 마찰과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대한(對韓)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설은 "일본과의 경제 관계에 대한 배려를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지율 저하 의식했나'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12월 18~20일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45%로 정권 출범 후 최저"라고 했다. 자민당에서는 이날 한국을 대상으로 비자면제협정 폐지,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는 전날 일본 정부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성 부(副)대신이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 발언을 비난하는 트위터 글을 올린 데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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