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터지는 순간에도 폭발 강도 예측한 물리학자

조선일보
  • 신동흔 기자
    입력 2019.01.12 03:00

    엔리코 페르미 평전

    엔리코 페르미 평전

    지노 세그레·베티나 호엘린 지음|배지은 옮김
    반니|504쪽|2만5000원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 사막에서 버섯구름과 함께 원폭 실험이 성공한 순간 연구용 벙커에 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나는 이제 죽음이 된다"고 조용히 되뇌었다. 어떤 과학자는 "우린 다 개자식들이야"라고 자책했다. 이때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온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1954)는 묵묵히 종이를 찢어 방안에 날렸다. 그리고 40초 후 폭풍파에 밀려 종잇조각이 움직인 거리를 계산해 폭발 강도를 TNT 10Kt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그 어마어마한 순간에도 측정하고 분석하는 과학자로서의 본분에 치중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페르미는 세계 최초로 원자로를 만들었고 방사성동위원소와 핵반응의 비밀을 찾아내 인류에게 '원자 에너지'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연구의 무(無)오류성으로 당대에 이미 '물리학의 교황'이란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인류가 겪게 될 복잡한 현실까지는 짚어내지 못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힘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질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핵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도 물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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