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김보름·노선영 '왕따, 학대' 1년의 진실 공방

입력 2019.01.11 18:30 | 수정 2019.01.11 18:57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기간 중)

"스케이트를 탈 때는 물론, 라커룸과 숙소에서도 노선영 선수의 폭언과 괴롭힘이 이어졌습니다." (2019년 1월 11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왕따 주행'을 주도했다며 도마 위에 올랐던 김보름(26·강원도청)이 논란이 일어난 지 11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그것도 발언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

김보름은 11일 채널A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노선영(29)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왕따 주행'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평창 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직후 김보름은 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도 운동선수 생활을 계속 할 텐데, 이 오해를 풀어야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보름과 노선영 사이 ‘4초의 벽’… 국민 공분 불러온 ‘왕따 주행’ 논란
지난해 2월 19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 막판, 노선영은 김보름·박지우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로 처졌다. 이 차이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보다 4초 가량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 진출도 실패했다.

지난해 2월 1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가 노선영보다 한참 앞서 달리는 모습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오종찬 기자
경기 직후 김보름은 인터뷰를 통해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노선영과 격차가 벌어지며 아쉬운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노선영 탓이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김보름의 표정이 건방지다’며 캡처된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김보름과 박지우가 '팀워크'를 무시한 '왕따 주행'을 했다" "노선영을 왕따 시켰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전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은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김보름이 모델을 맡고 있었던 아웃도어 브랜드 소셜미디어에는 "김보름 후원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하겠다"는 댓글이 도배됐다. 결국 이 브랜드는 김보름 후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2월 24일 평창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론은 여전히 매서웠고, 결국 김보름은 논란 이후 참가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했다. 김보름은 올림픽 이후 불안 증세가 심해져 고향인 대구의 한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노선영 "‘왕따 주행’은 예고된 일" VS 백철기 前 감독 "화합해 잘 지냈다"
'왕따 주행' 사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빙상 연맹과 감독진, 노선영과 김보름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SBS 방송화면 캡처
노선영은 '왕따 주행' 논란 이후인 지난해 3월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팀 추월 경기는 (빙상연맹에게 있어) 일종의 '버리는 카드'였다"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특정 선수들이 태릉이 아닌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따로 훈련을 받는 등의 특혜를 누렸다"고 주장했다. 특혜로 인해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으며, 자신이 팀 추월 마지막 주자가 된 것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왕따 주행’은 예고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백철기 전 대표팀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노선영을 맨 뒤 주자로 배치한 이유에 대해 "원래 마지막 바퀴 노선영의 위치는 두 번째였지만, 마지막 바퀴 가운데가 속도가 떨어지면 팀 전체가 크게 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선영이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자청했고, 책임지고 뛰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팀워크에 대한 논란에 대해선 "처음에 (팀워크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릉에 도착해서는 컨디션이나 모든 면에서 화합하고 잘 지냈다"고 말했다.

◇문체부 "‘왕따 주행’ 고의 아니다"… 8개월만에 복귀해 金 딴 김보름
국민청원 등을 통해 ‘왕따 주행’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가 높아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인 지난해 3월 30일부터 4월 26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해 빙상연맹을 상대로 특정 감사를 실시했다.

문체부는 "'왕따 주행' 논란은 고의가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김보름, 박지우와 노선영 간 간격이 벌어지자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가속을 했거나,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팀 추월 순번에 대해서는 백 전 감독이 경기 당일 워밍업 전에야 선수들에게 의견을 묻는 등 지도자와 전수간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문체부는 백 전 감독에 대해 직무태만, 사회적 물의 등의 책임을 물어 징계조치 하라고 빙상연맹에 지시했다.

김보름은 감사 결과에 대해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조금 오해가 풀린 것 같아 마음은 편안하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름(가운데)이 24일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 하이랜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매스스타트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ISU 홈페이지
김보름은 지난해 10월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2018~201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 출전해 1차 대회 여자부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동메달, 2차 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은 "('왕따 주행' 사건 이후) 어머니와 코치님께 운동을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리고 6개월 동안 쉬었다"며 "하지만 이대로 운동을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뒤 열리는 베이징 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밝히지 않은 오해’라는 표현이 결국은 노선영을 향한 것이었을까. 노선영은 11일 채널A에 출연 "올림픽을 위해 훈련할 당시 선수촌에서 훈련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 라커룸과 숙소에서도 (노선영의) 폭언이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노선영 측은 아직 이렇다할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김보름, '왕따 주행'에 반격… "노선영에 괴롭힘 당했다" 노우리 인턴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