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에 가려졌던 '숨은 고수' 정우영, 세트피스를 부탁해

  • 뉴시스
    입력 2019.01.11 08:39

    패스하는 정우영
    “소속팀에서는 프리킥 찰 일이 많이 없어요. 대부분 사비가 차거든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치르고 있는 미드필더 정우영의 소속팀인 알사드(카타르)에는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라는 전설적인 선수가 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과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비는 카타르에서 현역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한창 때 사비는 '패스 마스터'로 통했다. 차원 높은 경기 조율로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다. 압박에서 벗어나 동료들에게 패스를 전달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지네딘 지단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비교하기도 한다.

    세트피스 처리 능력 역시 탁월하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창 때에 비해 활동량은 줄었지만 발끝의 감각만큼은 여전히 탁월하다. 때문에 알사드에서도 대다수의 세트피스는 그의 몫이다. 사비라는 큰 산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우영도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킥이 괜찮은 편에 속한다. 대표팀 내 세트피스를 담당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다. 2017년 12월 일본과의 동아시안컵에서 환상적인 무회전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회전 없이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다가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지는 멋진 골이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도 비슷한 슛으로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대표팀 관계자는 정우영에게 “소속팀에서 프리킥 골을 좀 넣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우영은 “거의 사비가 찬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세트피스를 신경쓸 일이 없었던 소속팀과는 달리 대표팀에서는 그의 발끝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직 합류하지 않은 손흥민(토트넘)이 오기 전까지는 정우영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필리핀전에서 정우영은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을 선보였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한 두 번 정도는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정우영은 지난 9일 훈련 전 인터뷰에서 "감이 괜찮아서 기대를 했는데 첫 경기라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니 연습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12일 키르기스스탄과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갖는다.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설 공산이 큰 만큼 세트피스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정우영의 감각을 뽐낸다면 골이 터질 확률은 그만큼 오를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