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찾아간 李총리 "불쑥 와서 미안하다"

입력 2019.01.11 03:08 | 수정 2019.01.14 15:09

文대통령 경제계와 소통 강조하자… 당정 지도부, 경제단체 방문
李부회장 "대표 기업 의무 다할 것"… 재계 "낡은 규제 바꿔달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인사들이 10일 대기업 총수, 경제 단체와 잇달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조하자 당정이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기업 압박용 행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오후 4시쯤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현장 안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맡았다. 이 총리가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중 한 명을 단독으로 만난 것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 경제주체와 접촉해 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 지원책도 설명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방명록을 하나 써 달라"는 이 부회장의 부탁에 따라 방명록에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5G에서도 삼성이 선도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이 총리는 "여러분들 바쁘실 텐데 제가 불쑥 와서 미안하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총리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저조를 언급하며 "최근 걱정스러운 보도가 나왔지만 삼성답게 이른 시일 내에 이겨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올해) 기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위기는 항상 있고 단기적으로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꿋꿋이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했다. 또 이 총리의 저서 '어머니의 추억'을 읽었다고 소개하며 "이 책에 '심지'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것이 와닿았다"며 "저도 기업인으로서 꿋꿋이 심지를 갖고 미래를 보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간담회 후 이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투자나 일자리 확대에 대해) 제 입에선 전혀 부담될 만한 말씀은 안 드렸는데 이 부회장께서 말씀해주셨다"며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삼성다운 비전과 자신감을 들었다"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경제 단체장과 신년 간담회를 가졌다. 행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새해에는 (경제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 단체장들은 여당에 '기업 기 살리기'를 주문했다. 그러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요즘 기업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낡은 규제를 바꾸고 신산업 서비스 발전을 돕는 법안의 입법을 조속히 부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기업 문제를 국무총리나 민주당이 나서서 '정치적 해결'을 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우리가 이야기를 들어줬으니 이제 투자 좀 하시죠'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 바로잡습니다
▲본지 1 1일 자 A8면 '이재용 찾아간 李총리 "불쑥 와서 미안하다"' 제하 기사 중 이낙연 국무총리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방문이 일주일 전쯤 '통보'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에 바로잡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말 이 총리의 경기 용인시 도시형 소공인 집적 지구 방문 일정을 기획하던 중 삼성전자 측과 수원사업장 방문도 논의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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