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남북 사이엔 이미 해결"

입력 2019.01.11 03:02

[文대통령 신년회견] 남북경협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개성·금강산의 조건 없는 재개'를 표명한 만큼 남북 간엔 모든 문제가 해결됐고, 이제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해 두 사업의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제재 완화를 본격 추진하겠단 얘기다.

남북 정상이 연초부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를 잇따라 밝혔지만 정작 이들 사업의 재개를 막아온 실질적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고, 북한이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아 재개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도발을 일으키자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경협 중단'을 골자로 한 5·24 대북 제재를 가동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2016년 1·2월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재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5건의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이 이어지며 북한과의 모든 경협 사업엔 '불법' 낙인이 찍혔다.

다리 꼬고, 한복 입고 “질문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한 외신기자를 질문자로 지목하고 있다. 맨 왼쪽에 앉은 외신기자는 다리를 꼬고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내 기자의 모습.
다리 꼬고, 한복 입고 “질문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한 외신기자를 질문자로 지목하고 있다. 맨 왼쪽에 앉은 외신기자는 다리를 꼬고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내 기자의 모습. /연합뉴스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두 사업이 재개되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들의 완화·해제에 앞서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런 조치들을 하나도 취하지 않은 채 두 사업의 재개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에 반발해 취했던 몰수·동결 조치들도 해제돼야 한다. 김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는데, 이는 5·24 조치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덮어두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대남(對南) 시혜로 보는 북한의 비뚤어진 인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마치 한국의 잘못으로 중단됐던 사업을 자신의 아량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간절하게 원하면서도 마치 남측에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하는데 오늘 대통령의 발언에 이 같은 북한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북한이 대북 제재 공조를 깨기 위해 던진 '민족 공조'란 미끼를 덥석 받아 문 격"이라며 "대북 협상 전략의 부재이고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실제로 미국 등을 상대로 제재 완화 설득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체제는 급속히 와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개성·금강산을 비핵화 이전에 재개하면 대북 제재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획기적 성장 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경제협력 같은) 기회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것을 언제 짠 하고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예비된 하나의 축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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