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日지도자들, 국내 정치 위해 反韓감정 자극"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9.01.11 03:02

    文대통령도 강제징용 문제 언급 "日정부, 사법부 판결 존중해야"

    이낙연 총리는 10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자국민의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고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한국에 있다"며 "이 사실을 일본 지도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대응을 총괄하는 이 총리는 이날 국정 현안 점검회의에서 "저를 포함한 한국 정부는 최대한 자제하고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와) 함께 자제하며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함께 현명하게 대처해 주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일본 정부는 조금 더 겸허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일본 NHK 기자가 묻자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그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서 논란거리로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하며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제법에 근거해 대응하겠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시사한 데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날 이례적으로 일본을 향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그만큼 최근 한·일 갈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왔다.

    전날 우리 정부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규정된 '외교적 협의'를 요청한 일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발언에 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문 대통령의 일본 비판으로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 협의 요청에 대해 강제징용 외에 위안부 문제 등 다른 과거사 문제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앞서 2011년 위안부 문제에 관한 우리 측 협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나타낼 순 있지만, 삼권분립을 생각해 일본도 '어쩔 수 없다'는 자세를 가져줘야 한다"며 "지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지 정쟁으로 삼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법부가 한일기본협정을 가지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문제에 대해, 그리고 그 피해자들의 실질적 고통을 치유해주는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진지하게 지혜를 모아 나가야 된다"고 했다.

    특히 "지금의 문제는 한국 정부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사를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한국과 일본 간 불행했던 역사 때문에 새로운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기본 협정을 체결했지만, 그것으로 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문제들이 아직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재차 요구한 것이다. 또 이날 화해·치유 재단 해산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와 외무상이 현재 해외 순방 중이라 즉각 반응을 내놓진 않았지만 조만간 공식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문 대통령은 일본의 대응 요구를 명백히 거부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한층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일본 정부에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약 20분간의 문 대통령 모두 발언에서 한일 관계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할애된 시간이 5분이 채 안 됐다는 점은 대일(對日) 외교의 어두운 앞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일 아베 총리의 신년 회견에서도 '한국'이라는 단어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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