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김기춘·김무성 첩보 경찰 이첩 지시"

조선일보
  • 이슬비 기자
    입력 2019.01.10 03:22 | 수정 2019.01.10 10:51

    김태우 수사관 "특감반장이 조치 안하자, 白 비서관이 전화해"
    민정비서관실 월권 논란… 野 "민간인 첩보는 폐기했다더니…"

    백원우 민정비서관

    청와대 백원우〈사진〉 민정비서관이 2017년 8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이 입수한 민간 기업 관련 첩보를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9일 제기됐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은 "2017년 김무성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가깝다고 알려진 해운회사 관련 비위 첩보 보고서를 올렸다"며 "특감반장은 추가 조치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백원우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해 자료를 넘겼다"고 말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민정비서관실과는 별개 조직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이 타 조직의 민간인 첩보를 인지해 이를 경찰에 이첩하라고 한 것은 월권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는 민간인 첩보는 대부분 폐기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를 민간인에 대한 수사 정보로 활용한 셈이다.

    김 수사관은 2017년 8월 23일 제보를 토대로 '해수부 공직자, 정치인 관련 해운업 비리 첩보'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2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T해운 대표의 부친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무성 의원 등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 이를 이용해 해수부 공직자를 압박해 포항~울릉 간 여객운송사업자 면허 취득 등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취지였다. 김 수사관은 보고서에서 'T해운이 2013년 9월 여객운송사업자 면허를 발급받을 당시, 회사 대표의 부친과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청와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해양수산부 등에 면허 발급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썼다.

    해당 보고서는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작성됐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제보 내용을 이 반장에게 보고했더니 '보고서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며 "다만 보고서를 받아본 이 반장은 그냥 놔두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백원우 비서관이 이 반장에게 "해당 첩보를 왜 이첩하지 않느냐"고 전화했고, 이에 따라 관련 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비서관은 이후 민정비서관실 소속 윤모 경정을 통해 이 사건의 처리 경과를 챙긴 것으로 안다고 김 수사관은 전했다.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직후인 2017년 9월 민정비서관실로 파견 온 윤 경정은 작년 8월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 비서관이 다른 부서의 첩보를 어떻게 인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첩보 사항을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한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민간인 첩보를 경찰에 넘겨 사실상 '수사하라'고 하명한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도 불분명한 첩보를 토대로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정비서관실의 업무 범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직제상 민정비서관실 업무는 국정 여론 수렴과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다. 하지만 민정비서관실은 작년 9월 세월호 사고 당시 구두 경고를 받은 해양경찰청 소속 A 간부를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해경의 상훈(賞勳) 담당 직원을 불러 컴퓨터·휴대전화까지 조사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비위 첩보 처리에도 관여했다. 민정비서관실이 금융 관련 업무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백 비서관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에도 연루됐다. 백 비서관은 지난해 3월 말 드루킹 사건의 주범 김모씨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와 청와대에서 직접 만나 면담했다. 당시 김씨의 인사 청탁에 백 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정수석실이 일찌감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실이 대통령 친위부대인 양 각종 군기 잡기식 감찰 활동에 월권적으로 관여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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