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말하는 비핵화는 우리와 다르다" 말 바꾼 조명균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9.01.10 03:09

    정부는 '일방적 핵포기 아니다'라는 北 주장에 침묵해왔는데
    조 장관 "북핵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北과 우리 목표 차이"

    北 비핵화 관련 정부 입장 변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9일 "북한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상정한 '비핵화'의 개념이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북한이 언급한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 핵우산 제거'까지 포함된 개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이후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남북경협특위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인가, '북한이 이야기하는 식의 비핵화'인가"를 묻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얘기하는 식의 비핵화는 아니다. 저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계속된 질의에도 "한반도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가 서로 다른 개념임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다만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단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접근"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미국 핵우산 제거'에 대해선 "그건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이뤄진 다음에 저희가 군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작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북한도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현이다. 이렇게 평가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작년 3월 대북 특사단장 자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란 말을 들었다. 이후 이를 근거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야당은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조 장관은 "취지는 동의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게 간단한 게 아니다"라며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측면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북한은 그간 여러 차례 '조선반도 비핵화'는 자신들만의 핵 포기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작년 9월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고등교육상은 미국 대학에서 열린 포럼에 기조연설문을 보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결코 우리 공화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 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며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야에선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던 한국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공식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통일부 주변에선 "최근 들어 조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부쩍 회의적 입장을 많이 개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조 장관이 사석이나 비공개 강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얘기를 자주 한다"며 "작년 11월 미국 방문 당시 북한 비핵화와 미·북 협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부정적 기류를 직접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된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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