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걸리면 큰일" 中, 콘텐츠 사전검증 대행업체 성행

조선일보
  • 이기우 기자
    입력 2019.01.10 03:01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 삭제, 4000여명 고용한 '검열 공장'도
    수요급증 新산업으로 각광받아

    대학을 갓 졸업한 중국인 리쳉지(24)씨는 중국 청두의 IT 기업 '비욘드소프트(Beyondsoft)'에서 '검열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언론 기사 등에서 정부가 문제 삼을 만한 문구를 찾는다. 정부가 싫어할 만한 주제와 관련된 표현을 찾으면 다른 색깔로 표시한다. 검열관들이 찾아낸 문구는 최종적으로 상급 관리자들이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비욘드소프트는 리씨와 같은 검열관들을 4000여 명 고용하고 있다. 2016년 200여 명에서 불과 2년 만에 20배로 늘어났다.

    중국에서 비욘드소프트처럼 '검열 공장(censorship factory)'이라고 불리는 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인터넷 검열이 강화되면서 다른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콘텐츠에 문제가 될 부분을 걸러내는 일이다.

    정부가 문제 삼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처벌 수위도 높아지면서 미디어·온라인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기 검열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면서 생겨난 산업이다.

    비욘드소프트 양샤오 인터넷 서비스 부문 대표는 "한 구절을 놓치는 게 중대한 정치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주된 검열 대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들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 등에 관한 언급은 대부분 검열된다. 빈 의자 사진도 문제가 된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류샤오보가 당국의 가택 연금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1984'처럼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에 대한 언급도 금지된다.

    검열관들은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천안문 사태와 같은 정치적 사안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은 채용 직후 선배 검열관들로부터 2주간의 교육을 받는다. '검열 대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언급되고 있는지 등을 배우는 것이다. 교육이 끝난 뒤 테스트를 받고 통과해야 정식 채용된다. 4교대로 일하면서 한 번 근무할 때마다 1000~2000개의 콘텐츠를 확인하고, 한 달에 350~500달러(약 39만~56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검열관들에게는 엄격한 보안이 요구된다. 근무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업무용 컴퓨터에서 특정 화면을 캡처하는 것도 금지된다. 근무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가족들에게 알려서도 안 된다.

    NYT는 "리씨와 같은 검열관들은 매일 중국 네티즌 8억명이 보는 콘텐츠를 통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방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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