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서만 28시간 보낸 김정은의 '깜깜이' 訪中

입력 2019.01.09 20:00 | 수정 2019.01.09 21:34

열차 이동에만 28시간, 하지만 공식 일정은 겨우 6시간에 불과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박 4일 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9일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7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해 8일 오전 11시쯤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정은은 방중 일정을 소화하고 9일 오후 2시 10분쯤 다시 전용열차에 올랐다. 김정은이 탄 전용열차는 10일 새벽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이번 방중 기간 4시간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과 생일파티를 겸한 환영 만찬, 그리고 9일 오전 30분 가량의 경제 현장 시찰과 1시간 30분 가량의 환송 오찬 일정을 소화했다. 그 외엔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台)와 자신의 전용 벤츠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기차에서 2박…도대체 왜

평양에서 베이징까진 열차로 14시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열차 이동에만 만 하루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2, 3차 북중정상회담 때엔 비행기를 타고 방중했다. 특히 김정은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평양에서 자리를 오래 비우는 것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굳이 장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가에선 ‘열차’ 자체가 주는 메시지를 주목한다. 중국에는 압록강 철교를 통한 북․중 교역 회복을, 한국에는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빨리 진행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개최 이후 남북 철도 사업이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북남관계는 조미관계의 부속물로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행성의 그 어디를 둘러봐도 착공식을 벌려놓고 이제 곧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포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다 보며 주춤거리고 뒤돌아볼 때가 아니라 과감히 북남관계발전을 위해 가속으로 달려야 할 시각"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추궈홍 중국 대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서 "지금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철도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과 평양이 (철도가) 이어지게 되면 나중에 서울에서 바로 기차 타고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열차 방문을 통해 방중 선전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열차는 경유 지역의 철로·도로를 모두 통제해야 하고 경호상의 부담이 항공기보다 훨씬 크다. 대신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이용했던 철로를 따라감으로써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 효과도 있었다. ‘선대 따라하기’라는 얘기다.

◇ ‘깜깜이’ 北中 정상회담…美 눈치 보나

김정은의 이번 중국 방문이 ‘깜깜이’로 진행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정은이 베이징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북·중 양국이 김정은의 4차 방중 소식을 공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8일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과 대대적인 환영 만찬에서 양 정상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지 9일 오후 현재까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는 김정은의 방중 사실만 간략히 보도했다. 지난해 6월 3차 북중 정상회담 때는 회담이 끝나자 마자 회담 장면과 발언을 상세히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이를 두고 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전략 조율이 이뤄졌으며, 협상 전략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선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던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한반도내 미 전략자산 배치 중단 △평화협정을 위한 다자 협의와 함께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의제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 및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전까진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대북 협상 원칙과 충돌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 의미와 역할, 미군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대응 전략을 조율했을 것"이라며 "사전에 실무협의로 의견 조율을 마치고 정상 간 합의도 나왔지만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미 간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제재 완화를 타진했을 수 있다"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중국 입장에선 (회담 내용 공개로)미국을 자극해서 얻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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