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 대통령, 보수 언론과 전쟁 선언?

입력 2019.01.09 19:00


문 대통령, 보수 언론과 전쟁 선언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국무회의를 가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가짜 뉴스에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특히’ 이런 강조 말을 서너 차례나 써가면서 장관들에게 지시를 했는데 하나씩 살펴보겠다.

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한 가지 더 특별히 당부드릴 것은 국민과의 소통과 홍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 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 됐을 때는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게 ‘가짜 뉴스’라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왜곡? 왜곡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문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왜곡’하는 것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가짜 뉴스’에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면서 어떤 것이 ‘가짜 뉴스’인지 실제 예시(例示)를 들지 않았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짜 뉴스를 적어도 3개쯤 예시를 들어줘야 그래야만 대통령 머릿속에 있는 ‘가짜 뉴스’의 유형이 분명해지지 않겠는가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하명(下命)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장관들이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있지 않겠는가. 장관들이 대통령 말씀을 오해서 엉뚱한 헛발질을 하면 어떻게 하는가.

대통령이 ‘가짜 뉴스’의 예시를 들지 않았기에 ‘김광일의 입’이 대신 예(例)를 들어보겠다. 가령 ‘소득 주도 성장이 저소득층을 오히려 힘들게 했다.’는 뉴스가 있다면, 이런 뉴스는 정부의 정책을 ‘왜곡’한 것인가, ‘비판’한 것인가.

또 하나 예를 들겠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최저 임금 정책이 청년 일자리를 감소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면, 이것 역시 정부 정책을 왜곡한 ‘가짜 뉴스’인가. 아니면 정부 정책을 합리적으로 비판한 ‘진짜 뉴스’인가.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런 말도 했다.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대통령은 말했는데 가짜 뉴스를 지속적·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으로 지목된 게 누구일까 궁금하다.

대통령은 솔직히 말했으면 좋겠다. 진짜 뉴스든, 가짜 뉴스든,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언론사, 혹은 여야 정당, 혹은 유튜브 방송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도 바로 그런 곳을 지목한 것인지 대답을 듣고 싶다.

언론사 중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조선일보 같은 곳을 말하고, 정당 중에는 자유한국당 같은 야당을 말하며, 유튜브 방송 중에는 정부 정책에 시종일관 비판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 논객들의 방송을 콕 찍어서 말하고 있는 것인지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에 ‘가짜뉴스 대책단장’이 있는데, 바로 박광온 의원이다. 박 의원은 "팩트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면서 "가짜 뉴스로 클릭 수가 많아지면 경제적 이익이 따라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생각하고 있는 가짜 뉴스 생산지는 소규모 개인 유튜브 방송, 혹은 신문·방송이 제공하는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영상 뉴스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인지 묻는다. 민주당에 맡겨 놓았더니 일이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드디어 채찍을 든 것인가.

또 하나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가짜 뉴스’ 판별은 누가 하는가. 정권의 시녀라는 검찰이 하는가. 아니면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한 조해주 후보자는 민주당이 작년 9월에 발간한 대선 백서에 ‘공명선거 특보’로 올라 있는 게 확인됐다.
그가 특정 후보를 위해 일했다면 선관위원이 될 수 없다. 본인은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선관위가 선거 관련 가짜 뉴스를 판단하면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겠는가. 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인지 왜곡한 것인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이 보도하면 ‘진짜 뉴스’이고 비판적인 신문이 보도하면 ‘가짜 뉴스’인가.

이낙연 총리 역시 지난 10월 초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와 민간이 가짜 뉴스를 없애려고 노력해왔으나 노력은 미흡했고,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 기존의 태세로는 통제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서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당시 이낙연 총리의 표현은 살벌했다. 가짜뉴스를 ‘사회의 공적’ ‘공동체 파괴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방통위와 과기부에도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해달라고 주문하고, 검찰과 경찰에는 수사와 처벌까지 지시했다. 마치 권위주의 정권 시절, 법무장관 내무장관이 합동 담화문에서 반국가 사범의 일망타진을 선포하듯 했다.

자, 그렇다면 어제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총리에게 가짜 뉴스 대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왜 성과가 없느냐고 질책했던 것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와 CNN을 모조리 가짜 뉴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해 청와대는 연말 이전에 김정은이 서울에 오고, 교황이 곧 평양에 갈 것처럼 발표했는데,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교황 평양 방문, 이런 청와대 발표는 가짜 뉴스 아닌가.

이제 집권 여당과 국무총리에 이어서 대통령까지 ‘가짜 뉴스’에 대한 대대적인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가짜 뉴스’를 판단할 때 서유럽에서처럼 인종 차별 같은 증오 뉴스를 차단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정부 정책을 왜곡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매우 위험하다. 언론기관과 개별적 뉴스 유통망을 친정부적 선전 도구로 삼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정부 정책 왜곡’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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