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국민 연설로 ‘국경장벽’ 여론몰이…민주당 “공포 조장 말라”

입력 2019.01.09 16: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밤 황금 시간대에 생중계 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경 장벽 설치를 호소했다. 그는 "남부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물론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국경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국경 장벽 예산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과 강경 대치 속에 18일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서 으름장을 놓은 것과 달리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동부 시각 오후 9시(한국 시각 9일 오전 11시)에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9분간 연설을 했다. 방송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골라 국민을 향해 국경 장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3년째에 접어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을 임기 중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 중 연방정부 셧다운을 민주당 책임으로 돌리며 내년 예산에 국경 장벽 설치 비용을 포함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9년 1월 8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9분간 대국민 연설을 하며 국경 장벽 건설을 호소했다. /백악관
트럼프 "셧다운은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이민 문제는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했다. "마음의 위기이자 영혼의 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를 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로 몰며 살인자, 강간범, 마약 밀수꾼이라고 불렀다. 그는 불법 이민자가 저지른 범죄 통계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모든 미국인은 무분별한 불법 이민으로 상처를 받고 있으며, 불법 이민자는 미국의 공공자원을 축내고 일자리와 임금을 낮추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셧다운을 초래한 단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국경을 지키는 국경수비대에 가족과 국가 보호에 필요한 장비를 주지 않아 국경 지대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경 장벽 설치를 ‘정의로운 행위’로 불렀다. 그는 "이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부(不)정의에 관한 선택이며, 우리가 섬기는 미국 국민에 대한 우리의 신성한 의무를 이행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경 장벽 예산을 계속 요구하면서도, 이날 ‘민주당 압박 카드’인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장벽 건설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방송 연설을 끝내고 트위터에 흡족함을 표했다. 그는 밤 11시가 넘어 트위터에 "오벌 오피스 연설과 관련해 좋은 말을 이렇게 많이 남겨줘서 고맙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TV에 나와 임기 중 가장 큰 도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며 "새로운 주장은 없고 잘못된 주장만 반복했다"고 평했다.

◇ 민주당, 트럼프에 맞불…"공포 조장하지 말고 정부 문 열어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끝난 후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포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경 장벽 건설은 불필요하며 대통령이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주장은 ‘엉터리’라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펠로시 트위터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아두는 행위를 멈추고 정부 운영을 재개하라"고 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경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국경 안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해선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공화당 상원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를 방문한다. 그가 양당 지도부를 초청해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셧다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9일까지 19일간 이어지고 있다. 정부 기능 일부가 마비되면서 미국 전체적으로 불편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 공무원 210만명 중 80만여명은 급여를 받지 못해 생계 곤란까지 겪고 있다. 8일 공개된 로이터 여론조사(조사 기간은 1월 1~7일)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절반은 이번 셧다운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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