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파키스탄이 중동 우방 아랍에미리트(UAE)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는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UAE가 파키스탄에 총 62억달러(약 6조97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최근 양국이 합의한 32억달러어치 원유 지원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UAE가 파키스탄에 약속한 30억달러어치 차관이 포함된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SCMP와 인터뷰에서 UAE의 "대규모 투자는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번 투자에는 정유소 건설 지원이 포함되며, 원유 지원에 대한 협의도 최종 확정돼 곧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주재 UAE 대사관 관계자도 UAE가 파키스탄의 석유, 관광, 농업 분야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임란 칸(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2019년 1월 6일 파키스탄을 방문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왼쪽) UAE 왕세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상태다. 통화 가치는 급락했고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25% 수준 급락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은 73억달러(약 8조2300억원)에 그쳤다.

파키스탄의 경제 위기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따른 후유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핵심 우방국인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 지금까지 62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들였고, 결국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8월 집권한 칸 정부는 이같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70억달러(약 7조8500억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이달 15일 IMF 측과 다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과 중동 동맹국들의 원조도 있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40억달러 규모의 추가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60억달러 차관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UAE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30억달러를 입금하기로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우방국들의 원조를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 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파키스탄은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과 중동 우방국들을 비롯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의 모든 도움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원조 내용에 대해 "세부 사항이 확정되면 관련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무분별한 ‘돈 끌어오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SCMP는 파키스탄 정치 전문가를 인용해 "이같은 방법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인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파키스탄의 경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