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임기 3년 남기고 중도 사임…트럼프와 불화설

입력 2019.01.08 07:59 | 수정 2019.01.08 08:08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임기를 3년 남겨두고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사임이란 평가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불화가 중도 사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7일(현지 시각) 세계은행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월 1일자로 총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개발도상국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민간회사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몸담을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극심한 빈곤 종식이란 사명에 헌신하는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이 기관의 대표로 일한 것은 매우 큰 영광이었다"며 "민간 분야에서 일할 기회는 그동안 생각지도 않았지만, (민간회사 합류가) 기후변화와 신흥국의 인프라 부족 같은 전 세계의 주요 문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2019년 1월 7일 사임을 발표했다. 두 번째 임기 도중 사퇴다. 사진은 김 총재가 2018년 11월 28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김용 트위터
김 총재는 2012년 7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기 5년의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그전까지 세계은행 총재직은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독점했다. 김 총재 취임은 아시아계로는 처음이었다.

세계은행은 2016년 9월 김 총재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김 총재는 2017년 7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김 총재가 돌연 사임한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의 의견 차이가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총재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전에 연임이 결정됐다. 김 총재는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석탄발전 투자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종종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탄산업 부활을 정책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총재 체제에서 세계은행은 2018년 4월 8년 만의 증자를 결정해 재무 체질을 개선했으나, 증자 조건을 놓고 중국에 대한 대출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 측과 갈등을 빚었다"며 "최대 출자국으로서 국제기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홈이 깊어지고 있어 김 총재가 임기 도중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2018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총회 중 스리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은행
로이터는 "김 총재는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이견을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재의 후임 선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세계은행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비판하는 측과 트럼프 행정부 간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현재 미국 시민권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에이즈 국장을 맡았으며, 2009년 한국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다트머스대 총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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