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혁신하려던 카이스트의 좌절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9.01.08 03:12

    [질주하는 세계 - 대학]
    10년前 정년 강화·영어 수업 후 압박받은 교수·학생 잇단 자살

    교수 간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와 달리 롤모델이었던 한국의 카이스트는 한 차례 대학 개혁에 실패했다. 카이스트는 서남표 총장 재임 시절 테뉴어(종신 보장) 심사 강화, 전 과목 영어 수업 등 난양이공대와 비슷한 개혁을 추진했지만 강한 내부 반발에 부닥쳐 실패로 끝났다.

    2006년 취임한 서 전 총장은 철밥통이나 다름없는 교수들의 테뉴어 제도를 가장 먼저 손봤다. 연구 성과를 내도록 유도해 교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기존까지 전액 면제됐던 학부생 학비 제도를 뜯어고쳐 일정 성적(3.0미만)에 미달한 학생에게 수업료도 부과했고, 모든 과목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했다.

    서 전 총장의 개혁은 2009년 카이스트가 영국 대학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공학 분야 국내 최고인 세계 21위를 기록하며 성공하는 듯했다. 서 전 총장은 학교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총장 연임에 성공한 이후 개혁 강도를 더 높였다.

    하지만 급격한 개혁의 후폭풍은 거셌다. 테뉴어 심사 강화가 실시된 4년 동안 정년 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중 24%가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떨어진 성적을 비관한 학생, 정년 심사에 압박을 느낀 교수가 잇따라 자살을 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학생회는 2011년 "서 총장은 경쟁을 부추기는 실패한 개혁이었음을 인정하라"고 총장을 압박했다. 서 전 총장은 비난 여론에 못이겨 2013년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사임했다.

    한 국내 대학 관계자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글로벌화된 싱가포르와 달리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서 전 총장의 개혁이 통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