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30대… "올해 바둑계 우리가 접수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9.01.08 03:00

[화요바둑]
김지석·박영훈·강동윤·이영구 1월 베스트 10에 4명 포함
10·20대 젊은 정예들 압도

서른 살은 바둑 승부사들에겐 좀체 넘기 힘든 '마의 장벽'으로 통해왔다. 대다수 기사가 20대 중반 정점에 오른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천하의 이창호가 세계 메이저 대회서 마지막으로 우승할 때가 30세였고, 이세돌도 33세이던 2016년 바둑왕전 이후 메이저 우승 소식이 끊겼다. 그런데 한국기원이 4일 발표한 새해 1월 랭킹 베스트 10엔 30대가 무려 4명이나 포함됐다.

왼쪽부터 박영훈 이영구 강동윤 김지석.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쇠퇴한다”는 바둑계 속설을 비웃듯 펄펄 날고 있는 30대 중견 기사들. 왼쪽부터 박영훈 이영구 강동윤 김지석. /한국기원
김지석은 새해를 3위로 출발했다. 올해 만 30세가 되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쇠퇴한다는 설 자체를 부인한다. 오히려 "30대 중반까지 10위권은 자신 있다. 2위는 해 봤으니 한 번도 못 올라본 1위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기염을 토한다. 박정환 신진서를 모두 잡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는 유도·사이클에 이어 최근엔 골프에 입문하는 등 체력 관리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김지석과 동갑 친구이자 라이벌인 강동윤의 활약상도 경이롭다. 만 1년 전 18위에서 무려 10계단을 도약, 8위로 자리 잡았다. 2017년 11월 22위로 바닥을 친 뒤 계속 상승,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괴물"이란 말을 듣곤 한다. 세계 메이저 2회 우승 경력의 그는 "새해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서는 게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34세 박영훈은 "20대 후반부터 나이 핸디캡을 느껴왔지만 아직은 공부량을 좀 늘리는 것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딱 두 번 10위권 밖을 경험했다. 앞으로 몇 년은 10위권 안에서 더 버텨볼 계획"이라고 했다." 1년 전과 똑같은 7위에 랭크된 그는 오는 6월 박정환과의 춘란배 결승서 세계 타이틀 사냥에 도전한다.

이영구(32)도 작년 1월 12위에서 올해 10위로 역상승한 30대 기사다. 박영훈과 더불어 시들지 않는 상록수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영구는 국가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조련사 신분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30대 돌풍'의 이면에서는 후배 세대의 부진도 한몫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10·20대 신예들이 '30대 앞 물결'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중국 베스트 10이 천야오예(30)를 제외한 나머지 9명 모두 20대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우리 세대교체가 늦은 것도 사실이다. 30대 베테랑들이 10·20대 신예들 틈에서 언제까지 관록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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