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오전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뒤 4시간만에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신 전 사무관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정부의 ‘KT&G 인사개입 시도’ 등을 폭로한 신 전 사무관은 다른 내부고발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2일 기자회견장에서도 웃는 표정을 자주 지었고, 이날 자정 유튜브 생방송에서도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었다.
신씨는 폭로 후 강도 높은 비난에 시달려왔다. 기재부에서도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2일 그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심리적 압박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신씨의 내부고발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썼다. 손 의원은 올린 글에서 "신재민은 기재부에서 몇 년 일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가 꿈꾸던 것보다 공무원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을 것 같다. 공무원의 봉급이 큰 돈을 만들기에 어림도 없고, 진급 또한 까마득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라면서 "작년 7월 신재민은 뭔가를 획책한다. 제 추측으로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버는 일이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 종자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7월에 기재부에서 퇴직하고 메가스터디와 계약한 후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전화번호도 바꾼 채 4개월동안 잠적한다. 그러다 별안간 유튜브에 나타나 공익제보자 행세를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 대목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른 도박꾼의 모든 것을 건 베팅 장면이 떠오른다"며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입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이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적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의 내부고발에 대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불법행위, 가짜 뉴스와 거짓정보 유포 행위에는 응분의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홍 대변인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라며 "아무리 요즘이 1인 방송 시대이고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문건의 무단 유출과 국가공무원상 비밀유지의무 위반만큼은 명백한 불법이며, 가짜 뉴스 배포와 거짓 주장에는 철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신 전 사무관의 내부 고발에 대해 앞다퉈 비난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 동영상 중 ‘영상을 찍은 이유: 먹고 살려고?’라는 부분을 띄운 뒤 "저 사람이 맨 마지막에 저러고 국민을 놀리고 있다. 먹고 살려고 영상을 찍은 사람"이라며 "저 사람이 저런 걸 유튜브에 올린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무책임하게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나온, 술자리 이야기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떻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이 사람의 동영상 화면 위에는 학원 광고가 떠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제가 돈이 없으니까 저에게 후원을 해달라’고 한다"며 "KT&G에 대한 이런 영상을 보고 세상이 한 번 떠들썩하게 누군가가 덥석 문다. 여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는 이 사람의 말은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간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신 전 사무관이 학원 강사로서 노이즈 마케팅 한 번 해 봤는데, 아무튼 유명은 해졌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과 관련해)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좋은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기재부 담당자에게) 의견을 내는 것이 왜 외압인가. 문제를 삼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신 전 사무관은 2일 기자회견, 3일 유서 형식으로 남긴 글에서 "돈벌이 때문에 그런 것 아니다" "전해 들은 얘기가 아니라 내가 경험한 얘기" "내가 죽으면 믿어주겠지" 등 자신의 의도에 대한 결백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