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 잠적…서방 국가 망명 요청"

입력 2019.01.03 10:28

조선일보DB
북한의 조성길(48)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최근 잠적해 서방 국가로의 망명을 타진 중이라고 중앙일보가 3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근무 중이던 북한 대사관의 대사대리가 지난달 초 이탈리아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서방 국가로 망명을 요청했고 이탈리아 당국이 그의 신병을 안전한 곳에서 보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변보호 요청은 제3국 망명을 진행하는 동안 본국(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한 외교 절차를 말한다. 조 대사대리가 한국행을 원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이탈리아 당국이 신병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0년 7월 이탈리아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대사관 개설 후 대사를 파견해 왔으나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당국이 문정남 대사를 추방 조치했다. 그해 10월 부턴 조성길이 대사대리로 임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은 고영환(1991년, 콩고 대사관 1등서기관), 현성일(96년, 잠비아 대사관 3등서기관) 등 여러 차례 있었다. 2016년엔 영국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행을 택했다. 1997년에는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가 영국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형(장승호)과 가족을 동반해 미국으로 망명하기도 했다.

조성길의 망명 시도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2015년 5월 현지에 부임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근무한 뒤 본국에 귀환(소환)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불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조성길이 자녀 교육 문제로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점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 외교관 중 특별한 경우 한 곳에 10년 이상씩 머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3년 주기로 인사이동이 있다"며 "특히 선진국에서 근무하던 외교관들은 평양으로 들어오라는 소환 명령을 받으면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외교관 출신 인사는 "선진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소환 소식을 접한 일부 외교관은 망명을 고민하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북한에선 외교관이나 해외 대표부에 나가는 사람들의 가족 일부를 평양에 남기도록 하는데 출신성분이나 배경이 든든한 이들은 모든 가족이 동행한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공사도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맏아들을 평양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조성길의 잠적 소식으로 북한 당국은 비상 상황이 걸렸다.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주축이 돼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반이 구성됐고, 조사반이 최근 이탈리아를 찾아 상황 파악과 함께 외무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첩보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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