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일 KT&G 사장 교체 압력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공무상 비밀 누설이었다. 고발장에 명예훼손 혐의는 넣지 않았다.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대 2년 이하 징역형인 공무상 비밀누설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신 전 사무관이나 김태우 수사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가 명예훼손 고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폭로자의 말이 사실인지 검찰이 따져봐야 해 정부로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신 전 사무관 등의 폭로가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이 혐의가 인정되려면 폭로 내용이 국가의 이익을 해칠 수 있어 비밀로서 유지될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위법 행위는 비밀로서 가치가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도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 폭로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말이 맞는다면 신 전 사무관이 한 말은 공무상 비밀이 아닌 게 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도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할 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했으나 정작 고발 내용엔 명예훼손 혐의를 뺐다.
공익 제보 성격이 강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국민의 건강·안전·환경·소비자 이익·공정한 경쟁 5가지 분야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비밀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 절차를 밟아서 법적 보호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공익신고 대상에 형법상 위법행위는 포함되지 않아 신 전 사무관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