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KT&G 사장 교체와 적자 국채 발행 등을 청와대가 지시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스타 강사가 되려고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발언이 '허위'라며 2일 오후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야당은 과거 여권이 '공익 신고자 보호'를 여러 차례 주장했던 사례를 들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공익 제보는 '가짜 뉴스'로 폄훼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도 부정부패 근절 방안으로 '공익 제보자 보호 강화'를 공약했다. 2017년 6월 현 정부 출범 직후엔 대통령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익 신고자 보호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당시 자문위 대변인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내부 고발자들은 '양심의 호루라기'를 분 사람들이지만 많은 경우 직장 따돌림, 인사상 불이익 등 보복을 당하고 가정 파탄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쏟아지는 의혹, 與野 다른 판단 -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나경원(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오른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앞서 민주당이 집권하기 전인 2016년 12월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에 '공익 제보자 보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썼고, 2017년 2월에는 추미애 당시 당대표가 "내부 고발자는 스스로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엔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014년 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관천 당시 경정의 폭로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을 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조응천 주연, 박관천 조연'의 허위 자작극"이라고 했다. 그때 민주당은 "박관천 경정에게 얼마나 무서운 회유와 협박이 있을지 참으로 걱정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땐 최순실씨 관련 사항을 폭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후원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에 대한 민주당의 현재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지난 31일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종일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술자리 이야기감도 안 되는 얘기가 어떻게 운영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느냐"(김종민 의원) "이 사람 동영상 화면 위에 학원 광고가 떠 있다"(서영교 의원)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을 "스타 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메가스터디에 들어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과거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 시절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은 공익 신고자들이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했었다.

정부는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기재부는 2일 오후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공익 제보로 볼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법원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결국 현 정권을 비판하는 제보는 '범죄'로 분류하고, 전 정권에 대한 제보만 '진짜 공익 제보'로 보겠다는 얘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