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한 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다.

'민간인 사찰' 논란에 이어 인사개입 및 4조원대 적자 국채 발행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력이 여당 내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에 청와대가 건건이 나서 반박했다가 잇단 말바꾸기로 혼선을 부추기는가 하면, 신재민 전 사무관의 등장에 기획재정부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이번 사태 초반부터 볼멘 소리가 나왔었다. 당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미꾸라지 6급 행정관 한명과 싸우는 모습을 생중계한 셈"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일괄적으로 대처를 해야하는데 그게 안되니 자꾸 잔실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대변인부터 조국 수석까지 대처 과정에서 실책이 있었다고 본다. 이번 사태 자체가 심각한 사안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제각각 대응을 해 문제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집권3년차 정권인데 청와대가 얼마나 우스워보이고 안 무서우면 ‘미꾸라지’에 ‘망둥이’까지 저렇게 날뛰겠느냐"고도 했다.

정가에선 2008년 ‘미네르바’의 데자뷰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즉흥적이고 서툰 대응이 두 사람의 ‘체급’만 키웠고, 결국 반발 여론에 기름을 부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한 박모 씨는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폭등 등 국가 금융위기를 예견해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받았으나, 허위사실유포혐의로 체포 및 구속됐다. 박씨의 학벌과 직업, 나이 등 세간에 알려진 바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검찰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짜 미네르바’라는 음모론을 낳기도 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확실한 리더십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6급 행정관한테 청와대가 흔들리더니 이제 물러간 사무관에게 기획재정부도 흔들린다고 하면 그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6급 사무관하고 싸우고 있는 정부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