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정복에 써달라… '개미 후원자' 21만명이 1270억원 기부

입력 2019.01.02 03:27

[질주하는 세계 - 대학] 정부·대학·기업·국민, 함께 뛰는 일본

지난해 2월 일본 벳푸 오이타 마이니치 마라톤 대회에 노벨 의학상 수상자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등장하자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그에게 몰려들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날 3시간25분20초에 완주하며 자기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고는 교토대 iPS 세포 연구에 기부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마라톤 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줄기세포 연구 기부를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교토대 iPS 연구소 본관 로비에 들어서면, 난치병 치료를 위해 iPS 연구에 기부를 해 달라는 포스터가 눈에 띈다. 포스터에는 연구소장 야마나카 교수의 사진과 편지가 담겼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 시절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 환자를 보고 낙담하여 iPS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며 "iPS 이식 치료는 아직 갈 길이 머니 실용화를 위해 여러분의 따뜻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아베 총리·왕세자도 줄기세포 연구에 관심 - 일본 국민·정부·기업 모두 줄기세포 연구의 주체로 뛰어들었다. 왼쪽 사진은 2013년 1월 11일 아베 신조 총리가 교토대와 손을 잡고 연구하는 이화학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줄기세포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이화학연구소 이사장이 함께했다. 오른쪽 사진은 2011년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교토대 iPS 세포 연구소를 방문해 현미경으로 심근세포를 보는 모습.
아베 총리·왕세자도 줄기세포 연구에 관심 - 일본 국민·정부·기업 모두 줄기세포 연구의 주체로 뛰어들었다. 왼쪽 사진은 2013년 1월 11일 아베 신조 총리가 교토대와 손을 잡고 연구하는 이화학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줄기세포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이화학연구소 이사장이 함께했다. 오른쪽 사진은 2011년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교토대 iPS 세포 연구소를 방문해 현미경으로 심근세포를 보는 모습. /마이니치 신문·교토대

일본 최대 뉴스 포털인 야후 재팬에서도 iPS 연구기금 기부 사이트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핸드폰 T머니로도 기부할 수 있고, 매달 1만원 소액 정기 기부도 할 수 있다. 사이트 댓글에는 난치병 극복 희망이 담긴 메시지가 줄줄이 달려 있다. 교토대는 '개미 기부'로 iPS 연구를 '국민의 연구'로 이끌어 가고 있다. 기금 모금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회계기준(2017년 4월~2018년 3월), 한화로 370여억원이 걷혔다. 개인이 낸 기부가 기업·단체보다 5배가량 많다. 311억원을 냈다. 한 해 기부 참가자가 처음 2만명을 넘었다. 지금까지 21만여명이 참여했다. 유언을 통한 상속금 기부도 들어온다.

2009년부터 시작된 기금 모금은 2012년 노벨상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아 2013년 100억원을 넘겼다. 지금까지 누적 기부액이 1270여억원에 이른다. iPS 연구소는 매년 기금 현황과 용처를 공개하고, 1년에 4번 뉴스레터로 최신 연구 성과를 기부자에게 알리고 있다.

일본의 줄기세포 연합군

야마나카 소장은 자신의 활동 절반을 기금 모금에 쓴다고 말할 정도로 국민 기부를 통한 장기적인 iPS 실용화에 애쓴다. iPS에 대한 정부 지원은 주로 단기 효과를 내는 데 쓰이고, 자칫 연구비 쏠림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나카 교수는 2030년까지 iPS 세포 공정 라인 확대로 일본인 전부에게 쓰일 수 있는 iPS 세포 공정 라인을 확보하고, 실용적 의약품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국민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iPS 세포란?

사람 피부에서 섬유질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를 떼어낸 뒤 그 안에 특정 유전자 4개를 넣어서 만든 줄기세포다. 어른 세포가 거꾸로 원시 단계의 배아 단계로 돌아갔다. 그전까지는 이미 다 자란 성인 세포가 역분화되어 배아 단계로 갈 수 없다고 봤다. iPS 세포는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나 배아처럼 세포분열을 하여, 신경·심장·근육 등 인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낸다. iPS는 수정란을 폐기해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윤리적 논란이 적다. 몸속에 남아 있는 성인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것보다 세포 재생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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