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황우석 트라우마'로 버린 법안, 일본이 벤치마킹해 줄기세포 개발 지원

조선일보
입력 2019.01.02 03:22

[질주하는 세계 - 대학] 日, 임상 초기시험 후 치료제 승인
우린 지원 법안 수년째 국회 계류… 결국 환자·바이오기업들 일본행

줄기세포 연구와 개발 강국이던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와 국가적 지원 부족 등으로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한때 세포 치료 임상연구나 논문 제출 건수가 미국 다음으로 2위이던 것이 최근에는 일본·중국에 밀려 5위권이라는 평가다.

우선 '안전성'만을 중시하는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일본에서는 치료 대안이 없는 난치병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세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했다"며 "우리는 연구나 실용화 단계에 윤리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진전이 없다"고 말한다. 2004년 제정된 생명윤리법이 이듬해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더욱 엄격해졌고, 여전히 그 프레임에 놓여 있다. 이에 국내 대학이나 바이오 기업이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하거나,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사용 승인을 받아 한국인 환자를 일본서 치료하기도 한다.

줄기세포 연구 지원 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지원 법안'은 19대 국회 시절인 2016년 2월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각각 발의하고, 지난해 8월에는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반면 일본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임상 시험 초기(1~2상)가 끝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사용 승인 허가를 먼저 해주고, 치료 과정을 보면서 부작용 여부를 감시·관리하는 이른바 '재생의료 신속 승인 법안'을 2014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후 iPS 세포 이식 등 치료제 시판 승인을 받기 위한 임상 시험 건수가 한 해 4건에서 68건(2017년)으로 늘었다. 실험실 연구를 마치고 사람에게 적용하는 재생의료 임상 연구는 최근 5년간 65건에서 124건으로 늘었다. 이렇게 해서 줄기세포 치료 실용화를 1~3년 앞당기고, 개발 비용을 수십억~수백억원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는 평가다.

원래 이런 방식은 201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먼저 입안한 법안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방식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포함시키느냐 마느냐 논쟁을 벌이다 사장됐다. 그사이 일본 후생성이 우리 아이디어를 눈여겨보고 먼저 도입했다.

줄기세포 지원 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2019년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 220억원에서 올해는 122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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