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꿈꿨던 '줄기세포 기적', 교토大선 현실로 꽃피고 있다

입력 2019.01.02 03:01

[질주하는 세계 - 대학] [2]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

2000년대 초반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의 첨단을 달렸다. 난치병 치료의 빛이 한국에서 비치고, 그 성과가 첫 과학 분야 노벨상을 한국에 안겨줄 것이라고 꿈꿨다. 정부는 아낌없이 지원했고 국민은 뜨겁게 응원했다. 그때 우리가 꾼 꿈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

지난달 19일 일본 교토 중심부에 있는 교토대. 난치병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교토대 의학부 부속병원 병실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교토 부흥을 기리며 지어진 헤이안 신궁의 커다란 문(도리이)이 코앞에 보인다. 서쪽으로는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CiRA)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줄기세포 연구를 이끄는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의 실험실. 이 연구실에서 개발된 iPS세포는 일본 전국 대학과 연구소에 제공돼 난치병 치료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와 연골 재생·이식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황우석 트라우마’로 비틀거리는 사이 무명에 가깝던 이 대학 연구자가 줄기세포 분야 첫 노벨상을 가져갔다.
일본 줄기세포 연구를 이끄는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의 실험실. 이 연구실에서 개발된 iPS세포는 일본 전국 대학과 연구소에 제공돼 난치병 치료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와 연골 재생·이식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황우석 트라우마’로 비틀거리는 사이 무명에 가깝던 이 대학 연구자가 줄기세포 분야 첫 노벨상을 가져갔다. /교토대 iPS세포연구소
이곳에 교토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iPS세포 생산라인이 있다. iPS는 다 자란 성인의 세포를 배아 단계로 되돌려 만든 줄기세포 덩어리로 세포공장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신경·심장·근육·연골세포 등이 인간 몸속으로 이식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과 연구소를 오가며 퇴행성 뇌질환 iPS 세포 치료를 이끄는 신경외과 다카하시 준 교수. 그는 두 달 전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의 뇌 속에 바늘을 찔러 넣어 iPS로 만든 신경세포 240만개를 이식했다. iPS 유래 신경세포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상태를 묻자 다카하시 교수는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일본에만 16만명이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iPS 이식은 실험실 검증 단계를 지나 환자에게 행해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앞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iPS 이식 치료는 이르면 2022년에 실용화될 전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교토대의 iPS 세포를 이용한 임상 시험은 오사카대(심장근육), 게이오대(척수신경) 등 분야를 달리해 일본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난치병 치료에 다가서기 위해 대학이 손을 잡고 연합군 체제를 만든 것이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첫 노벨상이 나온 것은 2012년. 미국인과 함께 일본인 연구자가 받았다. iPS를 개발한 야마나카 신야 CiRA 소장이다. 그의 수상 후 일본 정부와 기업은 각각 2000억원을 이 연구소에 쏟아넣고 있다. '개미 기부' 운동도 이뤄져 국민 21만명이 참여해 1270억원을 모았다. 이 열정이 일본 기초의학의 질주를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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