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식 비핵화'와 '사실상 핵보유' 담은 北 신년사

조선일보
입력 2019.01.02 03:1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여러 조치들을 취해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비핵화의 핵심인 핵 신고와 검증 등 결정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북 관영 매체가 최근 명백히 밝혔다. '북한 비핵화에 앞서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부터 철수하는 것'이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다.

주목할 것은 김정은이 이날 언급한 '핵 추가 제조·실험·사용·이전 금지'는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논리라는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보유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김정은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무장 강화로 갈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이 역시 북한이 되풀이하고 있는 주장이다. 결국 신년사에서 '핵 단추' 같은 직접적 위협 표현만 없을 뿐 북핵 폐기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진전된 내용은 찾기 어렵다.

한반도 정세는 갈림길에 있다. 김정은이 제재를 버티고 고비만 넘으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계산하고 트럼프가 대북 제재로 대응하면 소강·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미·북 모두 2차 정상회담을 바란다고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해 인내를 잃거나 손익 계산을 다시 하게 되면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우리로선 한 걸음 한 걸음이 민감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김정은이 이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전제 조건과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 있다" "외세와의 합동 군사 연습, 전략자산 반입 말라"고 한 것은 한·미를 이간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서울 답방' 카드로 우리 정부를 흔들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이 한·미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야만 핵에 대해 다른 계산을 하게 된다. 이날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북은 바뀐 게 없는데 우리만 희망 사고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 비핵화는 요원해지고 한·미 관계만 흔들린다. 안보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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