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받아와 지시… 위엔 보고 안된 걸로… 일 커지면 안되는데"

입력 2018.12.31 03:00

[靑 전방위 감찰 의혹]
靑특감반이 복원한 '기재부 직원들 KT&G 카톡' 보니…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지난 5월 기획재정부의 'KT&G 인사 개입 문건' 유출 감찰에 나선 것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이 문건을 입수해 언론에 공개한 직후였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보도 직후 민정 고위 라인으로부터 '누가 이 문건을 (심 의원 등에게) 유출했는지 찾아내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특감반원들이 기재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대대적 감찰을 벌였다"고 했다.

정부 부처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부처 산하 감사관실이나 국무조정실이 경위 파악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특감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은 30일 "당시 민정 고위 라인에서 상당히 급하게 '유출자를 찾으라'고만 했다"며 "문건이 왜 작성됐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눈치였다"고 했다.

◇'이메일 없애라' 증거 인멸… 실무진에 책임 떠넘기기도

특감반이 복원한 기재부 직원들간의 카톡 대화 내용
이에 따라 김 수사관을 비롯한 감찰반원 5명은 기재부 4~5급 실무자 휴대폰 5~6대를 제출받은 뒤 청와대 안에 있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장비로 휴대폰 내용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특감반은 당시 김용진 2차관, 박성동 현 국고국장 등 고위급 간부들이 문서 작성에 개입했다는 내부 직원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견했다.

본지가 입수한 감찰반의 포렌식 복구 자료에 따르면 국고국 소속 공무원 A씨는 동료와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문건 작성의) 당사자인 차관, 국장, 과장이 알아서 하겠지" "차관도 XX다. 최초에 자기가 받아와서 지시해놓고"라는 내용을 보냈다. 문건이 언론에 공개됐을 당시 기재부가 "정부 공식 정책 자료가 아니라 실무선에서 윗선 보고 없이 작성된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배치된다.

대화 내용엔 "위에는 보고 안 된 것으로" "현황 파악하는 차원에서 '기은'(기업은행)과 통화해서 작성한 것으로 (입을 맞추기로 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재부의 조직적 개입 증거를 없애려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또 A씨는 "차관이 '그렇게(작성) 하라'고 시켰다던데 (주무관에게) 덤터기를 씌우려고 한다" "팩트는 이거다. 과장이 뭔가를 만들어줘서 난 그냥 (컴퓨터) 폴더에 저장"이라고도 했다. 기재부 고위 라인에서 계획한 문건을 실무선으로 책임을 돌리려 하자 A씨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특감반은 이 같은 내용을 확보하고도 김용진 전 차관 등에 대한 감찰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우리는 문건 유출 경위만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에 충실했을 뿐,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민간기업에 대한 인사 개입은 '직권 남용'으로 현행법에 위반되는 사안인데 이인걸 특감반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묵인한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문건대로 인사 개입 실행돼

당시 문제가 된 문건은 국내 담배 사업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가 지난 1월 작성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선임됐던 백복인 사장의 임기 만료가 3월로 다가오자 연임을 막기 위해 공공(公共) 기관인 기업은행을 동원하려고 했던 정황이 담겨 있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다. 문건엔 기업은행이 주주권을 행사해 KT&G 사장추천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고, 외국인 주주를 설득하는 방안이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관치(官治)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기업은행은 기재부 문건대로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회사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KT&G 이사회는 올해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백 사장 연임을 의결했지만 기업은행은 "백 사장이 과거 임원 시절 회사 업무 관련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여서 'CEO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KT&G는 "사장 선임은 내부 규정을 따른 것이고,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CEO 리스크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맞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백 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정부 입김이 센 기업은행이 강하게 반대하자 "현 정권이 친문(親文)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낼 자리를 만들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백 사장은 주총 출석 주식 중 76.3%의 찬성표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외국계 주주 상당수가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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