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생각을 멈추면 행복해집니다

조선일보
  •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입력 2018.12.29 03:01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연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다. 한 해 동안 다 끝내지 못하고 밀린 일들은 책상 위에 여전히 쌓여 있고, 밥 한번 같이 먹기로 한 사람들의 약속 숫자는 늘어만 가고, 내년 계획은 손도 못 댔는데 집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내 뇌가 컴퓨터라면 더 빠른 프로세서 칩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저장 용량을 늘리면 좋을 텐데. 하지만 우리 인간의 뇌는 기계가 아니고, 생물학적 하드웨어는 지난 수십만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냥 지금 가지고 태어난 뇌를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어떻게 하면 내 뇌의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운동, 명상, 음악, 춤, 여행 등. 그런데 사람들이 언뜻 기대하는 것처럼 그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채워 넣는다고 뇌의 능력이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뇌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몰입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깊은 평화와 만족감을 느끼고 더 뇌를 잘 쓸 수 있다고 뇌과학자 닐스 비르바우머와 철학자인 외르크 치틀라우는 그들의 공저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메디치)에서 말한다.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는 독일을 대표하는 뇌과학자이며, 근육이 마비되어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감금증후군' 환자들과 뇌 신호 기반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튀빙겐대에서 공부하며 그의 연구를 직접 접할 기회도 있었던 나는 무엇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뇌 안의 생각만 남은 사람들이 결코 다른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추구한다. 삶 속에서 다양한 기대와 욕망을 가지고 내게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로 나 자신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채움의 방식은 우리를 행복에 이르게 하기보다는 우리가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 괴로움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운동·춤·음악에 몰입할 때, 명상이나 기도를 할 때, 그리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 황홀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처럼 우리의 뇌가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각각의 순간들에 뇌는 '채움'보다 '비움'의 상태를 선호한다는 것.

    행복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이 책의 메시지가 필요한 때다. 머리를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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