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소집한 ‘폭락방지팀’, 금융위기 ‘망령’ 되살린 이유

입력 2018.12.27 14:01 | 수정 2018.12.27 14:26

폭락방지팀이 폭락을 일으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WG· 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을 소집했다고 밝혔다. PWG는 ‘폭락방지팀(PPT·Plunge Protection Team)’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장의 불안을 달래겠다"는 신호였지만, 반대로 24일 미국 증시의 3대 지수인 S&P, 다우, 나스닥은 3%이상 폭락했다. PWG는 주로 시장의 불안정이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귀결되는 경우에 활동을 시작한다. 폭락방지팀의 소집 소식에 투자자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폭락방지팀은 시작부터 금융위기와 함께했다. 1987년 10월 19일 뉴욕증권시장에서는 다우지수가 하루만에 22.6%나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 사건이 일어나며, 증권시장의 펀더멘탈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듬해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효율성, 질서와 경쟁력을 개선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한다"며 행정명령으로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WG)’이라는 회의체를 만들었다.

PWG 의장은 재무장관이 맡고,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선물거래위원회(CTFT)의 수장이 참가한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주역들이 모두 모이는 셈이다.

 1999년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이 앨 고어 당시 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 표지. /미국 재무부
1999년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이 앨 고어 당시 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 표지. /미국 재무부
PWG의 주된 역할은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시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1987년 당시 연준은 시장에 대출과 신용을 제공해 유동성 위기를 막았고, SEC와 CTFT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규제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때 미국 재무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다. PWG가 대통령에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새로운 금융 정책도 만들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PWG는 "시장 참여자, 글로벌 규제당국과 협력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금융시장의 신뢰와 안정성을 복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때 PWG는 방만한 주택담보대출로 금융위기를 유발한 은행에 대한 규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1997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PWG가 비밀 매매를 통해 증권시장을 직접 조작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PWG는 ‘폭락방지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PWG가 폭락대응팀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증권시장에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지속되던 2009년에 명확한 매수자가 없는데도 갑자기 주가가 폭등하는 일이 발생하자, 금융 전문가들은 폭락대응팀이 개입해 S&P500과 다우, 나스닥 등 주요 지수의 선물을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폭락대응팀의 구성원인 연준이 달러 발행 능력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 증시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을 소집했다. /미국 재무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금융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을 소집했다. /미국 재무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10년만에 PWG를 소집했다.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된 동안에도 시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PWG, 폭락대응팀은 주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귀결되는 경우에 활동을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재무부가 증권시장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감지했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은 S&P, 다우, 나스닥 등 주요 증시 지수가 3% 이상 폭락한 ‘검은 성탄절’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브랜던 그릴리 칼럼리스트는 므누신 장관이 "재무부 산하의 금융안정성 감독위원회(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도 굳이 폭락대응팀을 소집했다"며 "PWG는 보통 (금융위기 등 시기에)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 나는 뭐라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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