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6일 상업 포경(捕鯨·고래잡이)을 재개하기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제 사회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30년 만에 다시 고래를 잡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일본이 국제기구를 탈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IWC 탈퇴와 관련 담화를 발표하고 "상업 포경을 2019년 7월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IWC에 2019년 1월1일까지 탈퇴를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6월 말쯤 IWC를 탈퇴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2018년 12월 26일 상업 포경(捕鯨·고래잡이)을 재개하기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 일본은 일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연안에서 200해리)에서 1988년 이후 중단한 상업 포경을 30년 만에 재개하게 된다. 포경 지역에 남극해와 남반구는 제외된다. 그러나 일본은 IWC 탈퇴 후, 회원국만 할 수 있는 남극해 연구 포경은 할 수 없게 된다. IWC 회원국은 ‘고래와 관련된 자료 수집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 포경은 가능하다’는 협약에 따라 연구 포경을 실시해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일본이 제안한 상업 포경 허용안이 부결되면서 탈퇴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당시 일본은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북서태평양 해역에서 고래 포획량 산출 조사를 진행한 뒤 "고래 개체 수가 늘었으며 개체 수가 많은 종에 한해 고래를 잡아먹거나 팔 수 있게 해달라"고 IWC에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절대 상업 포경은 안된다"는 다른 IWC 회원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판단해 IWC 탈퇴를 준비했다.

일본이 이전부터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자 국제 사회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호주의 한 환경단체는 일본이 남극해 포경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IWC 탈퇴 결정은 국제 규율을 어기고 불법 포경국의 길을 걷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멜리사 프라이스 호주 환경부 장관은 모든 종류의 상업적인 포경 방식을 반대한다고 했다.

1948년 설립된 IWC는 현재 일본을 비롯한 89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IWC는 멸종위기종인 고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1982년 상업 포경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1951년 IWC에 가입한 일본은 이런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IWC 뜻에 따라 1988년부터 상업 포경을 중단해왔다.

그러나 고래 고기 수요가 많은 일본에서는 상업 포경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국제 사회에 연구 포경을 명분 삼아 고래를 잡아 고래 고기를 판 일이 알려진 것이다. 또 올해는 연구 목적이라면서 남극해에서 임신한 고래 122마리를 죽여 논란이 됐다.

일본에서 고래고기는 고유의 식문화로 여겨진다. 지금까지도 고래 고기는 일반 식료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 초밥집 등 음식점과 학교 급식 재료로도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IWC에서 상업 포경 일시 중단이 결정된 1980년대 전반을 기점으로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한때 연간 20만t을 넘었던 일본 고래 고기 소비 시장도 최근 몇 년간 연간 3000~5000t 수준으로 줄었다.

신문은 "앞으로 상업 포경이 재개돼도 일본 내 고래 고기 수요가 회복될지 불투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