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숙청·추방… 연말연시 평양은 초상집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입력 2018.12.26 03:18

    불순분자 대거 색출하고, 당간부 상대로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태영호 "김정은, 군부 비리에 격노"… 통제 강화로 내부 결속 노려

    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에서 '불순분자' 색출과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부정부패 조사에 나선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북한 내 800만명의 청년층이 소속된 청년동맹중앙위원회는 '자유주의 문화'의 청년 침투를 근절하기 위해 청년층의 교육과 단속·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비밀문서를 전국의 4500개 지방 조직에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신년을 앞둔 평양시가 초상집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한·미와 대화에 나서면서도 체제 유지를 위해 내부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내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4월)와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 등 굵직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간부 숙청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부정부패와 전쟁' 선포

    대북 소식통은 이날 "최근 평양에서 불순분자를 색출해 추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가족·친척 가운데 중대 범죄를 짓고 감옥에 수감 중인 자와 행불자·탈북자 가족이 우선 대상"이라고 전했다. 검열에 걸린 사람들은 평양에서 추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평양과 지방에서 간부들에 대한 전면적인 서류 재조사를 통해 부정부패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대적인 간부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평양 소식통은 "대학가에 대한 대대적 단속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해 평양시 대학에서 500여 명의 대학생이 추방 및 퇴학 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군부 인사 한명도 없는 금수산궁전 참배 - 김정은(앞줄 왼쪽에서 넷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를 맞아 노동당 고위 간부 등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김정은이 군부 인사를 대동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최근 북한 군부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군부 인사 한명도 없는 금수산궁전 참배 - 김정은(앞줄 왼쪽에서 넷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를 맞아 노동당 고위 간부 등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김정은이 군부 인사를 대동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최근 북한 군부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중앙TV

    이는 최근 북한 매체가 연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간부들의 '세도·관료주의 등 부정부패는 이적 행위'라며 '우리 당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했다. 북한에서 '우리 당'은 당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을 의미한다. 대북 소식통은 "'연말 범죄와의 투쟁을 강화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문이 노동당에 하달됐다"고 전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김정은의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에서 많은 비리가 발견돼 김정은이 대단히 격노한 것 같다"며 "최근 북한 군부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이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 군부 지도자들을 대동하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간부들에 대한 부정부패 조사는 지방에서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사정을 잘 아는 대북 소식통은 "당국의 검열과 조사가 진행되자 뇌물을 받고 장사꾼·밀수업자·탈북자·인신매매업자들과 결탁했던 당과 사법기관 간부들이 벌벌 떨고 있다"고 했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북한은 대내외 정세가 어려울 때마다 검열과 숙청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는다"며 "내년에도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 중요 정치 행사를 앞두고 사전 정화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문화 통제' 비밀 문건 하달

    도쿄신문은 25일 '최근 청년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비(非)사회주의적 현상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을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북한 청년동맹의 대외비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총 8쪽 분량의 이 문건은 지난 8월 청년동맹중앙위원회가 4550개 이상 하부 조직에 보낸 것이다.

    청년동맹은 문서에서 "지금 미제와 적대 세력은 공화국에 대한 침략, 제재 압살 책동을 전례 없이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독소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해선 '불순 출판 선전물을 보거나 유포시키는 행위, 이색적인 춤과 노래, 우리식이 아닌 복장'이라고 했다. 마약 밀매나 매춘,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 발생도 자본주의 문화 유입 탓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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