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압수해 포렌식 장비까지 동원… 靑특감반, 사실상 공무원 '강압 수사'

조선일보
  • 이슬비 기자
    입력 2018.12.26 03:01 | 수정 2018.12.26 03:35

    정부 자료 인용한 비판 보도에 외교·복지·기재부 '범인 색출'
    靑 "당사자 동의받고 조사한 것"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이 광범위한 민관(民官) 정보를 수집한 것은 물론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감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강압 수사(搜査)'식 감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25일 제기됐다. 청와대는 정부 자료를 인용한 비판적 언론 보도가 나오면 특감반원들을 관련 부처에 보내 공무원들 휴대폰을 제출받은 뒤 청와대 안에 있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장비로 휴대폰 내용을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특감반은 본래 감찰 범위를 넘은 공직자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일부 공무원은 별건으로 특감반 사무실로 불려가 조사와 추궁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감찰반의 감찰 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 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 청와대가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 강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직자 감찰은 민정 고유 업무고 사생활도 감찰 범위에 해당한다"며 "공무원들로부터 '동의서'도 받은 뒤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았다. 정당한 방법으로 감찰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또 "포렌식 기계는 박근혜 정부 때도 사용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방식과 사례

    지난 5월 특감반은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선임(選任)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기재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기재부를 감찰했다. 당시 기재부 문건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입수해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보도 직후 민정 윗선에서 '누가 이 문건을 (심 의원 등에게) 유출했는지 찾아내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특감반원들이 기재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대대적 감찰을 벌였다"고 했다.

    당시 문제가 된 문건은 국내 담배 사업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가 지난 1월 작성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선임됐던 백복인 사장의 임기 만료가 3월로 다가오자 연임을 막기 위해 공공(公共) 기관인 기업은행을 동원하려고 했던 정황이 담겨 있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당시 '휴대폰을 제출해 달라'는 특감반 요구에 기재부 담당 공무원들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들은) 휴대폰 제출 동의서에 서명을 한 뒤 휴대폰 잠금 패턴, 비밀 번호까지 적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보 유출 감찰을 위해선 과거에도 휴대폰 제출은 필수였으나 요즘 들어선 포렌식을 통해 온갖 내용을 다 뽑아낸다는 게 문제"라며 "이는 특감반 권한을 따로 규정한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실제 당시 특감반원들은 기재부 공무원이 제출한 휴대폰 5~6개를 청와대로 들고 와 포렌식 작업을 한 뒤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외에 개인 사생활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등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당시 '유출자'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특감반 출신 한 인사는 "애초 감찰 목적이었던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으면 '윗선' 지시에 따라 사생활 문제도 들여다봤다"고 했다.

    특감반은 작년 말에도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언론 유출'에 대한 감찰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낱낱이 노출된 외교부 고위 간부는 별건으로 특감반 사무실로 불려가 대면(對面) 조사를 받았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특감반으로 오라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며 "경찰, 검찰 수사를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초에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국장과 국민연금정책과장 등이 휴대폰을 청와대 특감반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국민연금 개편안(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도 '윗선'에서 특감반에 감찰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언론 유출 사고가 있었다면 당연히 진상 파악을 해야 하고 공직자들은 이에 응해야 한다"며 포렌식 등 감찰 방식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