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험에 나선 땡땡과 애견 밀루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2.26 03:01 | 수정 2018.12.26 05:06

    캐릭터 탄생 90주년 맞아 원화전
    샤를 드골이 "내 유일한 라이벌"로 표현했을 정도로 유럽서 큰 인기

    땡땡을 그리고 있는 에르제.
    땡땡을 그리고 있는 에르제. /ⓒ2016 Robert Kayaert SOFAM Belgique
    땡땡이 왔다.

    벨기에 대표 만화 '땡땡(Tintin)의 모험' 탄생 90주년을 맞아 국내 첫 대규모 원화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청년 기자 땡땡과 그의 애견 밀루가 전 세계를 누비는 이 모험 만화는 1929년 1월 어린이 잡지 '20세기 소년' 연재 이래 60여국 50개 언어로 번역돼 3억부 이상 팔리며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회화·포스터·인쇄판 등 477점이 소개되는데, 원작자 에르제(1907~1983)를 위해 미국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그린 초상화도 전시된다.

    프랑스 샤를 드골 전(前) 대통령이 "내 유일한 라이벌은 땡땡"이라 했을 정도로 유럽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원화가 경매 시장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다. 이번 전시에는 도화지에 먹물로 그린 감정가 5억원짜리 작품 '소비에트 간 땡땡'(1930) 표지 삽화가 걸렸다. 주최사 인터파크 측은 "벨기에 물랭사르재단이 경매사 소더비에서 받은 감정가"라고 말했다.

    ‘땡땡의 모험’ 주인공 땡땡과 강아지 밀루.
    ‘땡땡의 모험’ 주인공 땡땡과 강아지 밀루. /ⓒHerge Moulinsart 2018
    세계 각국은 물론 사막과 바닷속, 심지어 달나라까지 넘나드는 '땡땡의 모험'에서 동양을 빼놓을 수 없다. 전시실 '동방의 가르침'은 1934년 브뤼셀에서 만난 중국인 예술가 창총첸과의 인연을 강조한다. 우정에 바탕한 동양의 이해는 중일전쟁 당시의 아편 밀매를 다룬 전시작 '푸른 연꽃'(1936)으로 탄생하는데, 시리즈 중 가장 걸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생전의 에르제는 '푸른 연꽃'에 대해 "바로 이 순간부터 나는 연구를 수행하고, 문서를 들여다보고, 실제로 내가 땡땡을 보낸 나라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타인이 그저 캐릭터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전시는 '땡땡'의 그림체, 이른바 '클리어 라인(clear line)'에 대한 조명도 놓치지 않는다. 명암 없이 모든 색과 움직임을 일정한 두께의 윤곽선 안에 배치하는 이 필체는 미국 팝아트와 신문 연재만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이 보기에 땡땡의 점퍼는 그저 파란색일 뿐이다. 그런데 한쪽은 밝은 파란색, 다른 쪽은 어두운 파란색으로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에르제가 그린 추상화·인물화도 전시돼, 화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는 1964년 추상화 작업을 중단한다. "만화는 내 유일한 표현 수단이다… 나는 단 하나의 생을 가졌기에 그림을 그릴지 땡땡을 그릴지 선택해야 한다." 덕분에 땡땡은 모험을 이어갔던 것이다. 내년 4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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