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가 어제 5% 폭락하면서 1년여 만에 2만 선이 무너졌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나스닥·S&P500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3% 가까이 급락한 데 따른 충격이 일본 증시를 강타했다. 미국 증시의 12월 하락률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면서 '블랙 크리스마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유럽 증시도 1% 안팎 하락하는 등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세계경제의 둔화 우려다.
당장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그 충격파는 경제 체력이 약한 국가들부터 차례로 덮치고 결국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내년 세계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속속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이 1년 안에 경기 후퇴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고, 중국이 성장률 6%를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 충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증폭돼 닥쳐올 것이다.
이미 한국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뜻하는 설비투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감소했고,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이다. 실업률은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고,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내년 이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올해 2.7% 성장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내년엔 2.5%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 설상가상이다.
세계경제 호황 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 체력을 키우는 정책을 폈어야 했지만 정반대로 세금 포퓰리즘 일변도였다. 대외 환경이 악화로 돌아선 지금도 소득 주도 성장, 포용 국가론 같은 말 잔치만 무성하다.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등 역주행 실험을 계속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은 시늉만 하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과도한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강제 정규직화 등 무리한 정책이 부작용을 낳고 그걸 해결한다는 정책이 또 다른 역효과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조업 활력을 강조하고 최저임금을 보완하겠다며 정책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가 싶더니 반대로 '좌회전 커브'를 더 급하게 꺾고 있다. 나라 밖에선 파도가 높아지는데 어쩌려고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