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손 내민 中… "강제로 외자기업 기술 이전 금지"

입력 2018.12.24 04:00

13기 전인대 상무위 29일까지 외자법 초안⋅특허법 개정안 심의
미⋅중 무역협상 앞둔 중국,외자 권익 보호...특허침해 징벌적 배상 부각
양국 잇단 차관급 통화 "지재권 보호 등 논의...새로운 진전 있었다"
나바로 "중국, 미국⋅일본⋅유럽 미래 훔치려해...90일내 합의 힘들수도"

중국이 정부기관이나 공직자가 외자기업에 대해 강제로 기술을 이전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적시한 외상투자법안의 심의를 시작했다. 또 특허 침해액 산정이 어려울 경우 법원이 임의로 정하는 배상액 한도를 지금의 5배인 500만위안(약 8억 1500만원)으로 높이는 특허법 개정안도 심의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종전(終戰)을 위한 협상이 새해 1월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미 당국의 비판에 성의를 다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상무위원회는 이날부터 29일까지 진행하는 7차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외상투자법 초안과 특허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두 법안의 내용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3월 1일까지 90일간의 ‘관세 휴전’에 합의하면서 진행하기로 한 무역협상의 의제인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재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등과 무관치 않다. 중국이 법률 제⋅개정 형식을 통해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에 이어 21일에도 미중 무역협상팀의 차관급 통화가 이뤄졌으며 무역균형과 지재권 보호 강화 등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고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고 중국 상무부가 23일 밝혔다. 앞서 11일엔 중국 협상팀 대표인 류허(劉鶴)부총리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와 통화를 갖고 무역협상 시간표와 로드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중국 ‘기술 굴기’의 자존심 화웨이(華爲) 창업주의 딸이 대(對) 이란제재 혐의로 캐나다에서 미국 정부 요청으로 지난 1일 체포되고, 미국 법무부가 해킹 혐의로 중국인 2명을 지난 20일 형사기소한데 대해 중국 당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22일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도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 휴전기간 무역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셧다운으로 한층 낮아졌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싸고 엇갈린 신호들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새해 경영전략을 짜기 힘들 만큼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글로벌 CEO 위원회’ 특별 원탁포럼에 참석한 다국적기업 책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망
♢정부조달 토종기업과 동등 자격 참여 법으로 보장 현실화될까

외상투자법 초안은 미국의 요구해온 외자기업의 권익에 대한 보호 강화가 눈길을 끈다. 19~21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특히 지재권 보호 등 외자기업의 합법적 권익 보호를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초안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외자기업에 대한 강제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긴 게 눈길을 끈다. (중국기업과 외자기업간에) 자발적으로 상업적인 규칙에 따라 기술협력을 하는 것을 격려하고 외자기업이 투자하는 과정에서 기술협력 조건은 투자 관련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정하지만 행정기관과 공직자가 행정수단을 이용해 기술이전을 강제할수 없도록 했다.

초안은 각급 정부와 관련부처가 불법으로 외자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훼손하거나 외자기업에 의무를 늘리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불법적인 시장진입 및 퇴출 조건을 만드는 것도 불허된다. 외자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및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거나 간섭하는 불법적인 행위도 하지 말도록 적시됐다.

초안은 특히 투자보호제도를 별도의 항목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징수하거나 부여받은 정책(각종 혜택)이나 계약에 대한 변경을 불허하기로 했다. 국가이익이나 사회 공공이익의 필요에 따라 외국인 투자를 징수하거나 정책과 계약을 변경할 수 있지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외자기업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해야한다고 적시했다. 환경보호 등을 위해 도심에 있는 외자기업의 공장을 강제 철수하거나 이전시키는 현실을 감안한 조항이다.

네거티브 리스트(금지항목)이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과 외자기업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국가가 기업 발전을 위해 제공하는 각종 정책은 외자기업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중국은 미국이 불공정 지원 수단으로 지목해온 ‘중국 제조 2025’에 대해 외자기업도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산업정책이라고 맞서왔다.

초안은 또 외자기업이 표준화 업무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고, 정부조달에도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게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중국은 정부조달협정(WTO GPA)에 가입하겠다고 해왔지만 계속 미뤄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외자 3개법률에 의거에 설립된 외자기업은 95만개에 이른다. 이들이 투자한 외자는 누계로 2조달러에 달한다.

외상투자법은 개혁개방 이후 외상투자의 법률체계를 구성한 ‘외자기업법’ ‘중외 합작(合作)경영기업법’ ‘중외 합자(合資)경영기업법’등 3개 외자 관련 법을 대체하게 된다.외자기업법은 1986년 4월, 중외 합작경영기업법은 2000년 10월, 중외 합자경영기업법은 2001년 3월부터 각각 시행됐다.

중국은 "외상투자법인 외자투자를 촉진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기초 법률이 될 것"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당서기)이라고 기대한다.

푸정화(傅政华) 중국 사법부 부장(장관)은 이날 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7차회의에서 18기 3중전회와 4중전회에서 내자와 외자법률을 통일시키고 외자와 관련된 법률 법규 시스템을 보완하라고 명확히 요구했다며 이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2018년 입법 계획에 외자 기초법률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기술탈취 법으로 ‘일벌 백계’하겠다는 중국

박원주 특허청장(맨 오른쪽)이 선창위 중국 국가지식산권국 국장(중앙), 무나카타 나오코 일본 특허청장과 지난 13일 중국 우한에서 회담을 갖고 상표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허청
중국은 지난 5일 국무원 상무회의(각료 회의)에서 통과시킨 특허법 개정안 초안을 이날 13기 전인대 상무위 7차 회의에서 심의했다. 1985년 시행된 특허법법은 1992년, 2000년, 2008년 3차례 개정했다.

선창위(申長雨) 국가지식산권국장(특허청장)은 지재권 영역에서 일련의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며 당 중앙과 국무원의 지시에 따라 실행과정에서 존재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특허법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의 외자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를 문제삼으며 지재권 보호강도를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4번째 개정하게 된 특허법 수정안 초안은 배상액을 높인 게 특징이다. 권리인이 받은 손실, 권리 침해자가 얻은 이익 또는 지재권 사용비용을 기준으로 1~5배의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한 게 한 사례다. 또 배상액을 산정하기 힘든 상황의 경우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데 현행 규정의 1만~100만위안(약 163만~1억 6300만원)의 배상액을 10만~500만위안(약 1630만~8억 1500만원)으로 5배 이상 높였다.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도 온라인상의 지재권 침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점도 주목된다. 진르터우탸오나 더우인(틱톡)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나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불법 복제 콘텐츠나 짝풍 상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재권 보유자나 이해관계자는 법원의 판결문이나 중재안 또는 지재권 관리 부문의 명령문 등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권리 침해 상품을 삭제하고 연결을 끊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특허 보호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것을 촉진하는 규정도 담았다. 특허 개방 허가제도를 신설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권리권자가 원할 경우 서면 형식의 성명을 통해 어느 누구도 그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권리 사용료 지불방식을 명확히 밝히도록 했다. 개방허가된 권리를 사용하기 원하는 누구도 우선 서면 형식으로 권리권자에게 이를 통지하고 공고 형식으로 사용료 지불을 밝힌 후 권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장(意匠)에 대한 권리 보호기간도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중국이 공업 의장(意匠)의 국제기탁에 관한 헤이그협정에 가입하기 위해 협정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이 협정은 하나의 국제기탁에 의해 다수국에서 의장(意匠)의 보호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1925년에 체결됐다.

중국은 이와 별개로 상표법 4차 개정과 저작권법 3차개정도 추진하는 등 지재권 보호를 위한 제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재권 침해 배상액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이징지식산권법원에 따르면 특허침해 안건의 평균 배상액은 2015년 45만위안에서 2016년 138만위안, 2017년 141만위안으로 증가해왔다.

중국 지식산권국에 따르면 올상반기 중국내에서 특허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75만 1155건이 출원됐다. 실용신안과 의장 출원건수는 각각 35.7%와 17.8% 늘어난 102만 9248건과 32만 3883건에 달했다. 중국내 특허 출원건수는 2016년 처음 100만건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38만 2000건에 달했다. 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국제특허를 출원한 건수도 지난해 4만 8882건으로 일본(4만 8208건)을 제치고 미국(5만 6624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WIPO는 올해초 이 통계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건수가 3년 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별로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가 지난해 국제특허 출원건수 1,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외상투자법 초안과 특허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기 앞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과 일본, 유럽의 미래를 훔치려고 노력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불리는 나바로 국장은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 기간에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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