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한·일 관계 보여주는 '레이더' 논란

조선일보
입력 2018.12.24 03:19

우리 해군 구축함이 북한 어선 구난 활동을 위해 레이더를 가동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축함의 사격용 레이더가 당시 해상 경계·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우리 해군 구축함은 지난 20일 울릉도·독도 인근 어장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이 조난당했다는 통신을 받고 구난 활동에 나섰다. 작은 어선을 찾기 위해 동해에서 일본 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반 레이더보다 더 정밀한 사격 관제 레이더까지 작동했다고 한다. 해군은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표류하던 북한 어선이 우리 군에 구조된 점 등으로 볼 때 해군이 적성국도 아닌 일본 초계기를 의도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호국 사이라면 논란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항의했다.

결국 일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악감정이 이번 일을 계기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일 간에는 '아베 정권의 과거사 도발'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일본 자위대 구축함 욱일기 논란' 등의 문제가 쌓여 오고 있다. 이 와중에 해상 구난에서 있을 수 있는 레이더 사용을 일본이 문제 삼고 나온 것이다. 레이더 그 자체가 아니라 두 나라 사이가 우호국이라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초계기는 우리 구축함 위로 나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활동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정말 비우호적인 대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 과거사 문제와 북핵 등 당면한 현안을 구별해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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