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철군…승자와 패자는?

입력 2018.12.21 17:35 | 수정 2018.12.21 17:3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승리를 선언하며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한 후 시리아 내전 참가자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과 긴장 관계인 러시아와 이란만 좋아할 결정이라는 반발이 크다.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들도 IS격퇴는 끝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해온 미군이 빠지면 세력 간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이 감소하고 시리아 내전 해법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트럼프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명령에 따른 승자와 패자를 소개했다.

◇ 승자들(Winners)

① 러시아∙이란과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시리아에서 미군의 존재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숨통이 트이는 것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다.
현재는 IS를 비롯한 수많은 반군 세력이 거의 궤멸되고, 주도권이 정부군에 넘어온 상황이다. 유일한 세속주의 반군 세력인 시리아민주군(SDF)를 지지해 온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내 아사드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20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시리아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international affairs
이란도 가장 큰 승자 중 하나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해 온 동맹국이기도 하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이란은 시리아를 관통해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우방이자 이스라엘 적대 세력인 헤즈볼라에 무기를 보낼 수 있는 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냉전시대부터 시리아와 동맹을 맺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철수하며 러시아의 중동 지역 영향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리아의 지중해 도시 타르투스시를 자신들의 군항으로 사용할 수 있어 지중해에서의 영향력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 존 앨터맨 중동학 연구원은 "러시아가 가장 적은 돈을 내고 가장 많은 성과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철군 결정을 칭찬하며 "트럼프가 맞다. 난 그의 결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② 터키

터키 역시 승자다. 쿠르드 민병대를 지지해온 미국이 철군하면서 터키는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족은 분리 테러리스트"라며 소탕 작전을 예고한 바 있다. 터키는 이미 자국 남동부에서 쿠르드 무장조직 토벌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일 내 군사작전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18일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에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패트리엇-3 미사일 수출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국경을 위협하는 쿠르드 민병대 소탕을 묵인했다는 뜻이다.

최근 카슈끄지 사태에 따른 터키의 압박과 무기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 이해관계에 따라 계산을 마친 트럼프 행정부가 IS 소탕에 앞장선 시리아 쿠르드족을 터키에 팔아넘겼다는 비난이 뒤따른다.

③ ISIS

마지막 승자는 IS다. 트럼프가 승리를 선포했지만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IS가 완전히 격퇴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IS의 수도였던 시리아 락카 탈환 작전을 이끈 인물 중 하나인 브렛 맥걸크 특사는 지난 11일 주정부 브리핑에서 "IS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IS의 완전한 소탕은 장기적 과제다"라고 말했다.

IS는 시리아 점령지 대부분을 잃고 몰락한 상태지만, 아직도 시리아 하진과 이라크 등지에 3만명 가량의 전투원이 있다. 미군의 철수는 시리아에서 IS의 가장 큰 군사적 적수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주거점에서 이들이 힘을 비축해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때문에 반발이 크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뒤 IS가 부상한 사례를 들며 "오바마 같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 패자들(Losers)

① 시리아 쿠르드족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2014년 이래 5년 동안 미국의 장비 지원을 받아 IS 격퇴 작전에 참여했던 쿠르드 민병대 동맹에 대한 배신을 의미한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시리아 IS에 대한 전승을 계기로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이들은 이미 시리아 국토의 30%를 장악하고 있지만, 미군이 빠지면 터키는 쿠르드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확률이 높다. 쿠르드 지역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알 아사드 정권이 협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쿠르드민병대가 이끄는 시리아민주군(SDF)는 20일 성명을 내고 미군의 철군 결정으로 인한 시리아 북·동부지역의 정치·군사적 진공상태로 인해 IS가 다시 번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르드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치로 삼은 다른 반군 세력과는 달리 세속주의적 성향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 연합군의 유일한 반IS 연합 파트너였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우선한 미국의 배신으로, IS와 맞서온 쿠르드는 결국 ‘토사구팽’ 처지가 됐다.

쿠르드 문제 분석가 무툴루 시비로글루는 "쿠르드인들은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수천의 쿠르드인들이 전세계를 위해 대신 싸우며 목숨을 잃었다"며 "그 모든 노력이 전부 허망해졌다"고 했다.

② 이스라엘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로 인해 이란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자유롭게 도울 수 있게 되면서 이스라엘은 큰 위협을 느끼게 됐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 주스트 힐터만 연구원은 "이란이 광활한 육로망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중동 패권 다툼에 유리해졌고, 이스라엘에는 매우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인 미국이 중동 문제 전반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으려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역내 세력 균형이 위협받는 것도 문제다.

③ 민간인들

내전으로 고통받아온 시리아 민간인들도 승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수만명의 시리아인들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났고, 미군 철수로 인해 혼란이 더해지면 결국 그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시리아 민간인들이다.

구호단체들은 미군 철수로 인한 시리아 북부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지역내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쿠르드 지도부가 시리아 북부에 대한 지도력을 상실할 경우, 쿠르드인들의 대규모 탈주가 벌어질 수 있고 이때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인도주의적 재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빗 밀리밴드 국제구조위원회(IRC) 대표는 "특히 미군 철수 이후 터키에 의한 대규모 공습이 벌어질 시에 엄청난 타격으로 북부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리밴드는 이어 "인도주의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치군사적 결정으로 민간인들의 위험과 고통만이 증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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